홍상수 2

[물 안에서, 홍상수]

홍상수 영화는 챙겨보는 편이다. 이번에 개봉되었다길래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영상 사고인 줄 알았다. 영화가 약 10분이 지나면서부터 화면이 뿌옇게 되면서 배우들을 또렷이 보기가 힘들어졌다. 나가서 영화관 직원을 불러와야 하나(영사기에 문제가 있는지?) 영화 끝나고 제작사에 민원 전화를 넣어야 하나(배포가 잘못되었는지?) 싶었다. 그런데 중반이 지나면서 영화의 제목이 다시 한번 머리에 각인이 되면서 이것이 감독의 의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물이든 바닷물이든 물속에 들어가서 눈을 뜬다고 하면 이내 혼탁한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수경이 없다면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해 광경은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홍상수의 영화감독 데뷔 전의 상황인 양 영화는 이제 막 영화감독이 되려는 사람을 주인공을 내세우는데 ..

영화일기 2023.04.26

[영화 브로커, 기승전결의 종말]

아기를 키울 수 없어 교회에서 운영하는 베이비박스 앞에 아기를 두는 장면에서 영화는 시작한다. 그 아기를 가로채어 팔려는 사람들, 그리고 여기에 동행하는 아기의 엄마. 돈이 필요해 아기를 팔아야 하는 현실 앞에서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돈이 되면 무엇이든 하고자 하는 현실인 만큼 이 웃음은 이내 섬뜩함으로 변한다. 일본 감독(고레에다 히로카츠)의 작품이여서 그런지, 영화는 시종일관 잔잔하다. 남해 또는 서해 바다의 파도 같다. 나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그냥 다른 감독들의 영화들과 영화 형식이 다른 게 좋다. 홍 감독의 영화 형식이란 한마디로 말해 기승전결이 없는 영화이다. 결론이 없고 감독이 특별히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없다. (어쩌면 메시지가 있는 데 관객들이 특별히 눈치채지 못하..

영화일기 2022.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