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4

[안나 카레니나, 레프 톨스토이 / 문학동네]

3권으로 이루어진 장대한 이 소설을 드디어 읽었다. 사랑과 결혼 사이의 여러 갈등에서 빚어지는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좋았고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안나는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되는데, 결혼생활에서 벗어나 사랑을 좇는 데서부터 이미 파국의 씨앗이 뿌려진 건 아닐까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이 소설을 당시 시대상황을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이 등장인물들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특히 당시 농업행위에 대해서 신앙의 의미에 대한 부분에서 이게 도드라진다. 소설 마지막에 레빈의 고백을 통해 모든 것이 흙으로 돌아간다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 소설을 쓴 톨스토이도 흙으로 돌아가 있다.

독서일기 2023.05.02

[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김대식 / 문학동네]

정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의 책이다. 책은 아주 빠르게 읽을 수 있었는데 몇 가지 생각나는 부분이 있다. 일단 그전에. '나=뇌'라는 공식은 맞을까 틀릴까. 적어도 저자의 관점에서는 아닌 것 같다. 예를 들어, 눈의 착시 현상에 대한 대목이 있다.(책 32p) 지금 다시 봐도 A사각형이 B보다 더 어둡게 보인다. 그런데 정답은 아니란다. 두 사각형의 밝기가 같단다. 어둡게 보이는 이유는 나의 뇌가 그렇게 보기 때문이란다. 나에게는 두 사각형의 색깔이 달라 보이는데 객관적 진실은 아니라고 하니, 그래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우리 뇌가 A라고 하더라도 "아니다. 사실은 B이다"라고 반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뇌를 '나 자신'과 등치 시킬 수 없다는 부분이다. 우리는 살면서 ..

독서일기 2023.04.18

[하얼빈, 김훈 / 문학동네]

김훈의 책은 나오면 찾게 된다. 문체의 수려함도 좋지만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소설을 다 읽을 수는 없는 상황에서 그래도 소설을 종종 읽는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행위이다. 책의 내용은 복잡하지 않고 간단하며 분량도 많지 않았다. 대충 훑어본 김훈의 인터뷰를 보니 집필기간도 길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서일까. 기존에 알고 있었던 안중근에 대한 정보를 좀 더 확인하게 만드는 역할에 그친다. 소설이라는 것이 결국 이야기이고 이야기를 통해 어떠한 그림을 독자들에게 전달하지만 그 그림에 탄복하기보다 소설이 전달하는 정보들에 대한 흥미에 머무르는 나를 발견한다. 그래서 좀 아쉬운 소설이라고 감히 평가해 본다.

독서일기 2023.01.09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이슬아 / 문학동네]

이슬아라는 사람이 글과 그림을 그린 책이다. 문학동네에서 책을 출간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재미있었다. 그림도 재미있고, 내용도 재미있고, 글감도 좋았다. 글쓰기 실력도 좋았다. 내용이나 글감이 좋다는 말은 예를 들어 작가의 누드모델 경험이나 작가의 어머니가 대변을 볼 때마다 눈물을 흘린다는 부분에서 드러나고 글쓰기가 좋다는 말은 책을 읽었을 때 수려하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그렇다. 좋은 작가가 되거나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필요한데 그러한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장착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독서일기 2023.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