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김대식 / 문학동네]

비평의 눈 2023. 4. 18. 10:10

 

 

정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의 책이다.

책은 아주 빠르게 읽을 수 있었는데 몇 가지 생각나는 부분이 있다.

 

일단 그전에.

'나=뇌'라는 공식은 맞을까 틀릴까.

적어도 저자의 관점에서는 아닌 것 같다.

예를 들어, 눈의 착시 현상에 대한 대목이 있다.(책 32p)

지금 다시 봐도 A사각형이 B보다 더 어둡게 보인다.

그런데 정답은 아니란다. 두 사각형의 밝기가 같단다.

어둡게 보이는 이유는 나의 뇌가 그렇게 보기 때문이란다.

나에게는 두 사각형의 색깔이 달라 보이는데 객관적 진실은 아니라고 하니,

그래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우리 뇌가 A라고 하더라도 

"아니다. 사실은 B이다"라고 반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뇌를 '나 자신'과 등치 시킬 수 없다는 부분이다.

 

우리는 살면서 이런저런 결정을 내리면서 살아가지만 그런 결정들의 기반에는

'뇌'가 있는데, '뇌'가 이렇게 왜곡되게 현실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 존재라면,

우리의 인생에서 내리는 결론이나 결정들이 상당히 뒤틀려 있고, 편견에 휩싸여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겠다. 

 

 

또 하나는 자유의지 부분이다. 너무나 사람들로부터 자주 언급되어서 별로 좋아하는

주제는 아니다. 일단 컨센서스가 있는지 의문이다.

나에게 자유의지가 있느냐라고 할 때 일단 '나'가 누군지 정의 내려야 하고, 다음으로

'자유의지'가 무엇인지 정의 내려야 한다. 

나아가 여기서 나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은 '나의 생각'이니 결국 '나'인지 아니면

나의 외부에 있는 타자인지도 먼저 규명을 해야 한다.

이 뒷부분이 중요한 것 같은데,

자장면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생각을 좇아 자장면을 먹었다고 치자.

이 생각이 나의 생각이라면 나는 자유의지가 있는 것이고,

나의 생각이 아니라면 나는 외부의 지시에 따라 행동을 했기에 자유의지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나의 생각인가? 아닌가?

그전에,

생각에 대한 소유권 문제를 먼저 짚어야 할 것이다.

사람은 생각의 주인이 될 수 있나?

글쎄.... 거의 백지상태로 태어난 인간에게 여러 가지 생각들이 어린 시절부터 들어오기 

시작하다가 성인이 되어서 무엇인가 창조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다면,

기존 생각들은 부모나 친구의 생각이니 본인의 생각은 아니라고 쳐도

마지막 창조적인 생각은 '나의 고유한 생각'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

이 생각 자체가 전 세계의 모든 사람의 생각과 비교해 본 생각은 아니니

정말 창조적인 생각인지는 좀 더 살펴봐야겠지만,

아무튼, 타인의 생각의 기반 위에서 올려져 있는 생각에 대한 소유권 주장 문제.

쉽지 않은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