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일기 28

우연찮게 만난 거리의 재즈

재즈 음악을 즐겨 듣는 나로서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재즈 생음악들은 언제나 반갑다. 여기가 유럽이구나(이제 영국은 유럽이 아니지만) 쉽기도 하고, 한국에서 접하기 힘든 호사를 누리는 것이 즐겁다. 아들이랑 맨체스터 미술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St.Peter's Square 앞을 지나가다가 두 명의 연주가들이 연주하는 음악이 듣기 좋아 동영상으로 찍어 보았다. 2023년 9월 9일(토)에 촬영했다.

유학일기 2023.09.14

퀴어와 의도

영국에서 생활하면서 다양한 옷차림의 사람들, 다양하게 외모를 꾸민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여성들, 짙은 검은색(마법사와 같은?) 화장을 한 사람들은 이제 크게 놀랍지도 않다. 그런데 아직까지 다소 신기하게 느껴지는 풍경은 여장을 한 남성들이다. 여성 원피스, 망사 스타킹, 배꼽 티를 입은 남성들을 종종 보는데 아직까지 깜짝깜짝 놀란다. 한국에서 퀴어, 또는 퀴어와 관련된 분위기는 다소 집단화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평상시에는 숨어(?) 지내다가 예를 들어 '퀴어 축제'와 같은 대규모 행사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다. 한 두 사람이 일상에서 퀴어를 드러내기엔 힘들지만 다수가 같은 목적의식을 가지고 모인 곳에서는 좀 더 용기를 얻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퀴어 문화는 좀 강경한 모..

유학일기 2023.09.14

맨체스터 미술관 어린이 공간 소개

우리나라에서 어린이에게 특화된 분야가 있다면 의료분야가 아닐까 싶다. 이곳 영국에서도 '소아청소년과'라는 전문 분야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있으며 어린이 병원도, 어린이 치과도 있다. 그만큼 아이들의 건강에 관심이 많아서일 텐데 그 배경에는 '내 아이를 아프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부모의 마음을 이용한 상업주의가 자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는 의사가 아니고 그래서 성장기 아이들의 뇌, 심장, 간 등은 성인과 다르기 때문에 마치 별도의 영역처럼 관리하고 접근해야 한다는 관점의 결과로 소아청소년과가 생겨났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다른 진료과목들은 모두 사람의 신체 부위 또는 기능에 따라 분류되어 있는데 (내과, 외과, 피부과, 산부인과, 정신건강의학과 등등) 유일하게..

유학일기 2023.09.09

6주간의 어학수업이 끝이 났다.

본격적인 학위 과정이 시작되기 전에 시작한 6주간의 어학 수업이 끝이 났다. 6주 전 대강당에서 다 같이 모여 오리엔테이션을 들었는데 졸업식이라고 또 한 번 다 같이 모였다. 그동안 재미난 부분도 있었고 힘든 부분도 있었다. 아무튼 중국 학생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건 별로였다. 대학마다 입학생의 국적 제한을 할 수가 없고 실력이 있고 돈이 있으면 누구나 어드미션을 받고 입학하여 공부를 할 수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특정 국가의 학생들이 압도적(다른 표현이 생각이 안 나 다시 반복)으로 많은 것은 건강하지 않은 것 같다. 어제는 다 같이 저녁을 먹는다고 오후 늦게 모였다. 미팅 장소에 가기 전에 수업을 들었던 앨런 튜링 건물과 수업을 들었던 교실을 가 보았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만남..

유학일기 2023.09.08

당신은 커피를 좋아하시나요? (Just Between Friends 방문기)

누군가 나에게 제목처럼 묻는다면 나는 조금 망설일 것 같다. 나는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일까? 잠시 고민해 본 뒤 커피를 좋아하기보다 커피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라고 대답할 것 같다. 같은 말이 아니냐고 되묻는다면 조금 다르다고 대답할 것이다. 커피 자체만 놓고 보면 좋아할만한 요소는 크게 없는 것 같다. 어둡고, 탁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쓰다. (생각해 보라. 단 음식이 맛있는지, 쓴 음식이 맛있는지를) 그런데 '커피 마시기'에는 단순히 커피를 넘어서는 어떤 의미가 있다. 여유가 있고, 분위기가 있고, 사색이 있다. 커피 마시기에는 이런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여겨지고 이런 것들을 소비하고 싶은 마음에 나는 커피를 마신다(고 생각한다) 아내가 괜찮은 커피숍을 발견했다길래 따라나선다. 이름은 'Ju..

유학일기 2023.09.07

여행 VS 유학

한국에 있을 때는 다들 외국 나가서 석박사 학위 따고 오길래 가면 그렇게 쉽게 학위 받아서 오나 싶었다. 이게 '수(number)의 착각'일지도 모르겠는데 예를 들어 전 세계에 몇 안 되는 보석은 몇 개 없다 보니 귀하게 느껴지고 여기저기서 쉽게 볼 수 있는 보석은 덜 귀하고, 덜 귀하게 느껴지니 쉽게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유학 갔다 온 사람들을 쉽게 접하다 보니 아무튼 유학이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었나 보다. 그런데 막상 와서 느끼는 것은 '여행이랑 다르다'이다. 여행은 그 목적도 '즐김'이지만 여행을 여행이게 만드는 주요 동력은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이 가능해지는 시스템에 있다. (물론 숙박을 예약하거나 식당을 알아보는 작은 수고를 해야 하긴 하다.) 그런데 유학은 다르다. 외국어로 ..

유학일기 2023.09.06

차이를 아는 능력 (맨체스터 JAFFA 방문기)

맨체스터 시내에서 맨체스터 대학을 거쳐 팔로필드라는 곳으로 내려가다 보면 어느 순간 중동사람들로 가득찬 거리 풍경을 경험하게 된다. 방금 전까지 옆에 있었던 영국사람, 중국사람도 보이지 않고 이때부터는 중동식당에 중동사람들만 보인다. 식당들이 너무 많아서 어디를 들어가야 할지 망설여지는데 지난번에 갔던 JAFFA에 좋았던 기억(맛있는 음식과 저렴한 가격)이 있어서 오늘 두 번째로 방문하였다. 주방에 남자 대여섯명이 있는데 줄이 계속 이어져서 쉴 새 없이 바쁜 풍경.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 모습. 이곳은 3층까지 자리가 있는데 오늘은 2층에도 사람들이 꽤 많았다. 나와 와이프는 피자와 샐러드를 시켰다. 그런데 오늘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부분은 음식만은 아니다. JAFFA 입구인데 간판에 중동 식당, 지중해..

유학일기 2023.09.04

맨체스터 코레아나 한식당 방문기

영국에 온 지 한 달이 다 되어 갔지만 한식당을 가보려고 하지는 않았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하나는 한국 음식이 없으면 못 사는 사람이 아닌 입장에서 굳이 찾아 다니며 먹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 다른 하나는 한국에서 먹는 것처럼 맛있게 하는 곳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 그런데 며칠전부터 물갈이가 시작되면서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기 시작했고 그동안 한국 음식을 제외한 이나라, 저나라 음식을 많이 먹었으니 이제 한번은 먹을 때가 된 것 같아 한식당을 가보기로 하고 코레아나로 향했다. 코레아나로 정한 이유는 오가면서 본 다른 한식당이 있었는데 그곳은 평이 그렇게 좋지 않았고, 이곳 코레아나는 과거에 박지성이 단골이었다는 얘기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박지성 사진이 걸려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한국 사람은..

유학일기 2023.09.03

무료 생리대

맨체스터 시내도 그렇지만 학교에서도 남녀공용 화장실을 쉽게 볼 수 있다. 며칠 전 화장실에 갔을 때 발견한 풍경을 사진으로 찍었다. 경우에 따라 생리대를 살 돈이 부족한 학생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깜빡하고 오늘이 그날인지 모른채 학교에 온 학생도 있을 것이고. 아무튼 학생이 공부하는데 불편하지 않게 조금이라도 배려하고자 하는 학교의 마음씀씀이가 고맙다.

유학일기 2023.09.03

영단어로 철학하기 (adulterate, excommunicate)

Hazel Croall의 Understanding white collar crime을 읽고 있다. 읽으면서 adulterate라는 단어를 발견했다. adult는 성인, 어른다운이라는 뜻의 어렵지 않은 단어인데 adulterate는 뭘까? 사전을 찾아보니 '불순물을 섞다'라는 뜻이란다. 책에는 adulterate food로 되어 있는데 결국 음식에 불순물을 섞다는 표현이었다. 어른이 되는 것, 성숙해가는 것과 불순물이 섞이는 것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단순히 갓 태어난 아이는 순수한데 나이가 들면서 이래저래 사회의 때가 묻으니 이것을 표현한 단어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성숙하다는 것은 나의 안에 여러 좋은 요소들, 나쁜 요소들이 섞여 있어서 (나쁜 것들에 이미 적응이 되어 있어서) 외부에서 나쁜 것들이 접..

유학일기 2023.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