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일기 28

small talk와 영국인, 그리고 강대국

이곳 맨체스터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어떤 분의 블로그에서 영국인들이 small talk를 즐긴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예를 들어, 회의 시간이 되면 바로 회의를 시작하기보다 이 얘기, 저 얘기 등 회의와 관련이 없는 얘기들을 주로 하면서 회의가 괜히 길어진다는 것이다. 회의가 끝나도 자기 자리로 돌아가기 보다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나간다. 이 분의 와이프가 영국 사람인 것 같은데 그분 말에 따르면 와이프에게 왜 영국인들은 small talk를 많이 하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그게 '예의 바른 것'이라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구글에서 검색해 보니 이렇게 small talk를 정의 내린 부분이 있었다. "Small talk refers to an informal, polite conver..

유학일기 2023.08.20

맨체스터 OFF THE PRESS 방문기

원래 New Islington에 있는 Pollen Bakery에 가려고 했었다. 집에서 거리가 좀 있었지만 시내 중심가를 거쳐 Pollen Bakery에 도착했다. 아래는 멀리서 보이는 Pollen Bakery 풍경 주위는 무척 낭만적이었다. 좁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위에 배들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앉을자리는 있었지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여기는 다시 오기로 하고 Off the Press라는 곳을 가게 되었다. 와이프가 이곳(Off the Press)은 한국 같다고 했는데 둘러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았다. 오래된 영국 건물이 아닌 최신 건물에 들어선 카페여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벽면이 흰색으로 되어 있어서 더 그런 것 같았다. 샌드위치는 훌륭했지만 ..

유학일기 2023.08.20

맨체스터 THIS & THAT 방문기

아내가 값싼(?) 인도 요리점을 찾아다며 가자고 한다. 도저히 식당이 나오지 않을 것 같은 거리를 이리저리 비집고 들어가자 뒷골목에 간판이 등장한다. 그런데 저 간판만 봐서는 영업을 하는지 안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저 분이 사장님 같은데 인도 사람이고 영어를 잘하지 못하신다. 그런데 웃지 않는 모습에 뭔가 요리사로서 전문성이 느껴졌다. 다양한 커리들. 사장님께 무엇이 무엇이냐고 여쭈어보자 이건 치킨 어쩌고 저쩌고, 저건 양(Lamb) 어쩌고 저쩌고 하시며 빠르게 말씀하신다. 이건 어떻고, 저건 어떻고 해서 가게 이름이 This & That 일까? 메뉴인데 굳이 요일별로 구분되어 표시된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우리는 좌측 맨 위의 것을 시켰다. 커리와 난. 나도 맛있게 먹었지만 아..

유학일기 2023.08.19

작은 생명들을 위한 배려

오늘 학교 가는 길에 발견한 예쁜 풍경이다. 지나가는 강아지들이 목을 축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 모습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경쟁사회에서 기업이든, 작은 상점이든 여러 가지 방식으로 홍보에 열심을 낸다. 제품의 장점, 가격 경쟁력 등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거나 전단지를 만들어 뿌린다. 그런데 그렇게 제시되는 정보들은 주장에 불과하다.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없다. 저기 작은 물그릇들은 무엇인가 주장하는 것 같지 않으면서도 왠지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 것 같다. 그냥 가서 꽃 한 송이 사고 싶어지는 것이다.

유학일기 2023.08.19

삼각탁구대

어제 와이프, 아들과 함께 맨체스터 미술관에 갔었다. 오래된 건물치고는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이곳저곳 구경을 하는 중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 같은 곳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곳에 이것, 삼각탁구대가 있었다. 삼각탁구대라고 부르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다른 이름이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로서는 처음 보는 물건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에 삼각탁구대라... 뭔가 그럴 듯한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 있는 탁구대는 이각탁구대다.(굳이 이렇게 이름 붙이는 것이 허용된다면) 두 사람 또는 네 사람이 경기에 나서는데 '이기거나' '지는' 것만 존재한다. 승부가 명확하게 갈리며 그래서 점수를 따는 것이 유일한 재미있다. 삼각탁구대에서 공이 오고 가는 것을 보았다. 세 사람이 함께 하는데 사실 승부..

유학일기 2023.08.18

Est 1847 vs since 2022

한국에선 식당이나 상점의 개업 시기를 표기하기 위해 since를 주로 쓰는 것 같다. since에는 '-- 이래로'라는 뜻이 있으므로 'since 2018'로 표기하며 2018년에 오픈했음을 알리는 것이다. 반면 이곳 영국에서는 est를 쓰는 듯하다. established의 약자인 est는 설립된 시기를 뜻하므로 결국 since와 같은 의미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나는 est가 맞느냐, since가 맞느냐를 얘기하려는 건 아니다. 약간의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오래된 것이 무조건 좋은것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어떤 식당은 할아버지로부터 아버지, 그리고 아들까지 3대째 식당을 운영하는 것을 강조한다. 그만큼 오래되었으니 전통이 있고 따라서 신뢰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오..

유학일기 2023.08.16

Zac의 반란(?)과 영어 발음의 한계

Zac에 대한 이야기는 나의 이전 글을 먼저 보는 게 필요하다. 2023.08.12 - [유학일기] - Zac의 외로움 Zac의 외로움 같이 어학 수업 듣는 친구 중에 Zac이라고 있다.(젝은 수업 때 사용하는 영어 이름이다.) Zac은 중국에서 왔는데 첫날 입고 온 옷이 검은색 점퍼여서 마치 중국 공안을 연상케 했다. 첫 주에 튜터는 story.livenineone.com 아무튼 나는 Zac이 사람들과 더 어울릴 수 있도록 신경을 쓰고 있었다. 오늘만 해도 주말에 무엇을 했는지 물어보고, 같은 중국인 친구 Felix가 Zac을 데리고 어디 놀러 갔다고 했을 때 정말 잘했다고 그들을 칭찬해 주었다. (그들을 '칭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보다 내가 20살은 많을 것이라는 잠정적 판단에 기인한다.) 영어..

유학일기 2023.08.15

무엇을, 누군가를 키우고자 하는 욕망

맨체스터 거리를 걷다 보면 개(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들을 종종, 자주 볼 수가 있다. 20개월 된 아이를 키우는 것을 힘들게 느끼는 나로서는 '저 집에 아기는 없을 거야'라며 조심스레 선입견을 가져 본다. 육아를 하며 누군가를 키우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에너지가 들어가고 돈이 들어간다. 지치기도 한다. 그래도 부모된 도리로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사람에겐 누군가를 키우고자 하는 마음, 어딘가에 마음을 쏟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어떤 형태로든 출산 계획이 없는 사람이라면 혼자 살거나 파트너와 둘이 사는 등 어떻게든 편하게 살 수 있는데 어떤 방식으로든(돈을 들여서라도) 개, 강아지를 데리고 와 키우니 말이다. 개, 강아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것을 키우려고 ..

유학일기 2023.08.14

Zac의 외로움

같이 어학 수업 듣는 친구 중에 Zac이라고 있다.(젝은 수업 때 사용하는 영어 이름이다.) Zac은 중국에서 왔는데 첫날 입고 온 옷이 검은색 점퍼여서 마치 중국 공안을 연상케 했다. 첫 주에 튜터는 서로 이름을 외우도록 유도했는데 나의 공책에 'Zac = 공안'이라고 적어놓았다. 나의 반은 총 17명이고 그중에 중국인이 12명 정도 되니 Zac은 쉽게 다른 친구들과 어울릴 법도 한데 성격 탓인지 쉽게 주위사람에게 말을 걸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 보니 다른 친구들도 Zac에게 말을 거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이제 수업이 2주 째로 접어들면서 조금씩 친해지는 사람들이 생겼다. 나는 와이프와 아이가 기다리는 집으로 곧장 왔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래저래 무리를 지어 밥도 먹고 여행도 다니고 하는 것 ..

유학일기 2023.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