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어학 수업 듣는 친구 중에 Zac이라고 있다.(젝은 수업 때 사용하는 영어 이름이다.)
Zac은 중국에서 왔는데 첫날 입고 온 옷이 검은색 점퍼여서 마치 중국 공안을 연상케 했다.
첫 주에 튜터는 서로 이름을 외우도록 유도했는데 나의 공책에 'Zac = 공안'이라고 적어놓았다.
나의 반은 총 17명이고 그중에 중국인이 12명 정도 되니 Zac은 쉽게 다른 친구들과 어울릴 법도 한데
성격 탓인지 쉽게 주위사람에게 말을 걸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 보니 다른 친구들도 Zac에게 말을 거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이제 수업이 2주 째로 접어들면서 조금씩 친해지는 사람들이 생겼다.
나는 와이프와 아이가 기다리는 집으로 곧장 왔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래저래
무리를 지어 밥도 먹고 여행도 다니고 하는 것 같았다.
Zac은? Zac은 여전히 고립되어 있었다.
며칠 전 수업에서 주말에 무엇을 할지 서로 묻는 시간이 있었다.
튜터의 질문에 Zac은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고립되어 있어요. 저는 친구가 없어요. 저는 그냥 기숙사로
가서 있을 것 같아요"
라며 Zac이 말했다. 심각하게 말한 게 아니라. 웃으면서. 그리고 당당하게.
그런 당당한 Zac의 모습을 보며 그 당당함과 Zac의 발언과의 묘한 불일치 때문인지
우리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다들 Zac의 말이 과장되었기를 바랐을지도 모르겠다.
어제 수업이 끝나고 서성이고 있는 Zac을 보며 너무 혼자 있지 말고 다른 친구들과
좀 어울려 보라고 말했다. 저렇게 중국 친구들이 많은데 왜 항상 혼자만 있느냐고
하면서 말이다. Zac의 말이 참 놀라웠는데 나만 들을 수 있는 거리로 살짝 다가오더니
다른 친구들이 자기를 싫어하는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세상에.
무슨 소리야. 전혀 그렇지 않아. 왜 너를 싫어하는데. 그건 너의 오해야라고 급히
말해줬지만 Zac은 믿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자기 길을 가버렸다.
Zac에게 좀 더 다가가서 말을 걸어야 겠다는 생각에 오늘 도서관 투어 때 다시 Zac에게
다가갔다.
Zac. 근데 너 어디서 왔어? 중국 무슨 도시에서 온 거야?
Zac은 살짝 웃으면서 말했다.
"I'm from Wuhan"
Zac의 웃움을 '코로나가 생겨난 것으로 알려진 그 도시 알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음... 어쩌면 Zac의 고립감은 이런 것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그 도시 출신이기 때문에 느끼는 미안함, 죄책감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면 출신 도시를 분명 물어볼텐데 우한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은 마음.
그래서 아예 대화를 시작하지 않으려는 마음.
뭐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것도 한 이유이지 않을까 그냥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힘내라, Z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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