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일기

무엇을, 누군가를 키우고자 하는 욕망

비평의 눈 2023. 8. 14. 06:45

맨체스터 거리를 걷다 보면 개(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들을 종종,

자주 볼 수가 있다.

20개월 된 아이를 키우는 것을 힘들게 느끼는 나로서는

'저 집에 아기는 없을 거야'라며 조심스레 선입견을 가져 본다.

육아를 하며 누군가를 키우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에너지가 들어가고 돈이 들어간다. 지치기도 한다.

그래도 부모된 도리로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사람에겐 누군가를 키우고자 하는 마음, 어딘가에 마음을 

쏟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어떤 형태로든 출산 계획이 없는 사람이라면 혼자 살거나 파트너와 

둘이 사는 등 어떻게든 편하게 살 수 있는데 

어떤 방식으로든(돈을 들여서라도) 개, 강아지를 데리고 와 키우니 말이다.

 

개, 강아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것을 키우려고 하겠지 하며 

쉽게 넘겨 짚을 수도 있지만

사실 누군가를(또는 무엇을) 좋아하는 것과 그 대상과 같이 살며 그것을 키우는 것은

다른 문제다.

내가 조카를 예뻐하지만 조카를 집에 데리고 와 몇 년씩 같이 사는 건 다른 문제다.

 

그래서 내린 잠정적인 결론은 사람에겐 누군가를, 혹은 무엇인가를 키우고자 하는

욕망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키운다라는 말에는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뉘앙스가 있긴 하지만

키우면서 동시에 위로도 받고 에너지를 얻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내가 20개월된 아들을 통해 웃기도 하고 그 아이를 안으면서 

포근함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모든 사람이 다 결혼을 해야 하고 출산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개나 강아지,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아이 양육에 대한 

차선책으로 그 동물들을 선택한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마치 사람을 키우는 것처럼 유모차에 태우고, 옷을 사주고,

먹을 것을 사주고 하는 것을 보면 내가 아들을 키우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