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일기

Zac의 반란(?)과 영어 발음의 한계

비평의 눈 2023. 8. 15. 07:20

Zac에 대한 이야기는 나의 이전 글을 먼저 보는 게 필요하다.

 

2023.08.12 - [유학일기] - Zac의 외로움

 

Zac의 외로움

같이 어학 수업 듣는 친구 중에 Zac이라고 있다.(젝은 수업 때 사용하는 영어 이름이다.) Zac은 중국에서 왔는데 첫날 입고 온 옷이 검은색 점퍼여서 마치 중국 공안을 연상케 했다. 첫 주에 튜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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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나는 Zac이 사람들과 더 어울릴 수 있도록 신경을 쓰고 있었다.

오늘만 해도 주말에 무엇을 했는지 물어보고, 같은 중국인 친구 Felix가

Zac을 데리고 어디 놀러 갔다고 했을 때 정말 잘했다고 그들을 칭찬해 

주었다.

(그들을 '칭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보다 내가 20살은 많을 것이라는

잠정적 판단에 기인한다.)

 

영어 수업이 진행되었고 다양한 방식으로 소규모 모임을 진행하는 튜터의

방식을 따라 나는 처음으로 Zac과 같은 조가 되었다.

이래저래 토론을 진행하는 가운데 나는 잭의 의견을 물었다.

 

"잭, 너는 어떻게 생각해?"

 

잭이 뭐라고 답을 했을까?

 

"Excuse me, I'm Zac"

 

나는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너 잭인 거 알아. 근데 왜?라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상황을 보니 내가 그동안 잭을 부를 때 zz 발음을 하지 않고 있던 점을

잭이 지적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약간 당황하고 무안했던 나는 '어, 그래 알았어'라고 말하고 넘어갔지만

기분은 좋지 않았다.

한국인이 어려워 하는 발음이 몇 가지 있다.

f와 p의 구분, 그리고 j와 z의 구분.

나는 그동안 그냥 한국식으로 편하게 Jac으로 들리도록

편하게 발음했던 모양인데 잭은 Zac으로 들리도록 발음해 달라는 것이었다.

 

나 원 참.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둘 다 영어 못하는 사람들끼리 뭐 하는 것인가.

내가 미국이나 영국 사람이라면 Zac을 Jac으로 불렀다는 것 의도적이거나

아니면 처음에 이름을 Jac으로 잘못 들었기 때문일 텐데

발음하기 어려운, Z으로 시작하는 이름을 들고 와서 발음 운운하고 있으니

나 원 참.

 

그럼에도 자기 자신을 정당하게 대접해 달라는 잭의 요청을 무시할 수는 없었고

내가 조금만 더 신경 써서 발음하면 얼추 Zac이라고 발음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수업이 끝난 후 사과 아닌 사과를 하고 앞으로 zzzzzzzzzzzzZac으로 부르겠다고

약속했다.

 

잭의 외로움은 잭의 성격 탓이 더 큰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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