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와이프, 아들과 함께 맨체스터 미술관에 갔었다.
오래된 건물치고는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이곳저곳 구경을 하는 중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 같은 곳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곳에 이것, 삼각탁구대가 있었다.
삼각탁구대라고 부르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다른 이름이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로서는 처음 보는 물건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에 삼각탁구대라...
뭔가 그럴 듯한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 있는 탁구대는 이각탁구대다.(굳이 이렇게 이름 붙이는 것이 허용된다면)
두 사람 또는 네 사람이 경기에 나서는데 '이기거나' '지는' 것만 존재한다.
승부가 명확하게 갈리며 그래서 점수를 따는 것이 유일한 재미있다.
삼각탁구대에서 공이 오고 가는 것을 보았다.
세 사람이 함께 하는데 사실 승부의 세계에서 홀수의 참가인원은 불편하다.
2명 또는 4명이여야 두 팀으로 묶고 승부를 가릴 수 있는데 세 사람이라니...
한 팀에 1명을 다른 팀에 2명을 넣자니 불공평하다.
그냥 세 사람이 각자의 한 팀이 될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기거나 지는게 쉽게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그냥 공이 한번은 이쪽으로, 한 번은 저쪽으로 간다.
이각탁구대에서 누가 이겼는지 졌는지 판단하기가 명확하다.
공이 일단 네트를 넘어 왔으면 그 공을 처리해야 하고 그렇게 하지 못하면
지는 것이다.
삼각탁구대에는 모호한 측면이 존재한다.
A가 B와 C의 경계를 가르는 네트 쪽으로 강하게 공을 뿌렸다고 하자.
이 공은 B의 탁구대를 맞고 나갔을까? C의 탁구대를 맞고 나갔을까?
컴퓨터의 도움 없이는 판단하기 어려워 보인다.
왜 이곳에 이각탁구대가 아닌 삼각탁구대가 존재할까?
무엇인가 영국문화에 배우려는 마음으로 접근해 보니
승부보다는 '놀이'나 '협동'을 먼저 가르치려고 했던 게 아니었을까?
"탁구는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라 공을 주고받으며 서로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야.
각을 이렇게 세 개를 만들면 좀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고
공을 이쪽으로도 보내고 저쪽으로도 보낼 수 있는 재미도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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