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일기

삼각탁구대

비평의 눈 2023. 8. 18. 18:01

 

 

어제 와이프, 아들과 함께 맨체스터 미술관에 갔었다.

오래된 건물치고는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이곳저곳 구경을 하는 중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 같은 곳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곳에 이것, 삼각탁구대가 있었다.

 

삼각탁구대라고 부르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다른 이름이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로서는 처음 보는 물건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에 삼각탁구대라...

뭔가 그럴 듯한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 있는 탁구대는 이각탁구대다.(굳이 이렇게 이름 붙이는 것이 허용된다면)

두 사람 또는 네 사람이 경기에 나서는데 '이기거나' '지는' 것만 존재한다.

승부가 명확하게 갈리며 그래서 점수를 따는 것이 유일한 재미있다.

 

삼각탁구대에서 공이 오고 가는 것을 보았다.

세 사람이 함께 하는데 사실 승부의 세계에서 홀수의 참가인원은 불편하다.

2명 또는 4명이여야 두 팀으로 묶고 승부를 가릴 수 있는데 세 사람이라니...

한 팀에 1명을 다른 팀에 2명을 넣자니 불공평하다.

그냥 세 사람이 각자의 한 팀이 될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기거나 지는게 쉽게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그냥 공이 한번은 이쪽으로, 한 번은 저쪽으로 간다.

 

 

이각탁구대에서 누가 이겼는지 졌는지 판단하기가 명확하다.

공이 일단 네트를 넘어 왔으면 그 공을 처리해야 하고 그렇게 하지 못하면

지는 것이다.

삼각탁구대에는 모호한 측면이 존재한다. 

A가 B와 C의 경계를 가르는 네트 쪽으로 강하게 공을 뿌렸다고 하자.

이 공은 B의 탁구대를 맞고 나갔을까? C의 탁구대를 맞고 나갔을까?

컴퓨터의 도움 없이는 판단하기 어려워 보인다.

 

왜 이곳에 이각탁구대가 아닌 삼각탁구대가 존재할까?

무엇인가 영국문화에 배우려는 마음으로 접근해 보니

승부보다는 '놀이'나 '협동'을 먼저 가르치려고 했던 게 아니었을까?

 

"탁구는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라 공을 주고받으며 서로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야.

각을 이렇게 세 개를 만들면 좀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고

공을 이쪽으로도 보내고 저쪽으로도 보낼 수 있는 재미도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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