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35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 김대식-챗GPT / 동아시아]

동아시아 출판사 편집자의 생각인지 저자의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그 발 빠른 행보가 놀랍기만 하다. 챗GPT 열풍을 짐작한 것처럼 이런 류의 책 출판을 기획한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 책은 김대식과 챗GPT가 여러 깊은 주제들에 대하여 나눈 대화를 엮어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처음부터 책 출간을 염두해 둔 것처럼 김대식은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책 분량을 생각해서인지 김대식은 챗GPT에게 상세하게 설명을 해 달라고 한다. 김대식(저자가 2명이여서 김대식으로 칭할 수밖에 없다)의 깨달음 하나가 울림을 준다. 김대식이 유튜브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했었는데, 그것은 나에게 인간에게 '창의적인' 생각이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챗GPT는 수많은 문장들을 학습하여 김대식의 질문에 가장 적절한 대답을 내..

독서일기 2023.06.06

[약국에는 없는 의약품 이야기, 김영식 / 자유아카데미]

우리가 평소 먹고 있는 약들의 유래, 역사, 성분, 효능 등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책이었다. 이 책 또한 여러 다른 책들에서 정보를 취득한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부분은 과거 신문기사를 표절한 것처럼 그 기사와 문체와 단어가 유사했다. 한편 전문 의학용어, 분자식 등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 정도 정보면 독자 누구나가 다 알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좀 더 순화해서 표현하기가 어려웠겠지만 이해할 수 없는 용어들을 읽고 있는 독자들을 좀 더 생각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독서일기 2023.06.06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 이인규 / 조갑제닷컴]

처음 이 책이 나올 때 고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된 비밀을 드러내는 듯하여 구해서 읽게 되었다. 노대통령 서거 당시 저자는 대검 중수부장의 위치에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그 이름이 낯설지 않았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대검 중수부는 범상치 않은 조직이었고 그곳의 부장으로 가는 것은 웬만한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것이었다. 사실 저자가 말한 것만 듣고 평가하기에는 얼마만큼 신빙성이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그래도 저자가 검사 생활을 하면서 외세에 흔들리지 않고 수사를 하려 했던 것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몇십 년이 지난 일일 텐데 어떻게 상세한 내용까지 다 기술을 했는지이다. 검사 생활을 하면서 추후에 책을 출간하려는 목적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오랫동안 출간을 위해 자료를 꼼꼼히 모..

독서일기 2023.06.05

[인간의 도덕, 마크 존슨 / 서광사]

도덕은 어떤 상황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것, 지향해야 할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럼 이 도덕의 원천은 어디에 있을까? 칸트는 유대-기독교 전통의 세례를 받은 후 인간에게는 '순수이성'이 있으며 이 이성이 도덕의 원천이라고 주장했다. 즉, 이미 인간에게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는 내용이 선험적으로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가 도덕적 문제에 직면해 있을 때 이성으로부터 절대적인 원리를 추출한 후 현재 상항에 적용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인지과학의 도움을 받아 인간에게는 경험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절대적 도덕이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도덕이란 도덕적 문제에 직면할 때 상상력을 동원하여 여러 가능한 시나리오를 탐색 후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숙고과정이라고 설명..

독서일기 2023.05.05

[안나 카레니나, 레프 톨스토이 / 문학동네]

3권으로 이루어진 장대한 이 소설을 드디어 읽었다. 사랑과 결혼 사이의 여러 갈등에서 빚어지는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좋았고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안나는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되는데, 결혼생활에서 벗어나 사랑을 좇는 데서부터 이미 파국의 씨앗이 뿌려진 건 아닐까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이 소설을 당시 시대상황을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이 등장인물들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특히 당시 농업행위에 대해서 신앙의 의미에 대한 부분에서 이게 도드라진다. 소설 마지막에 레빈의 고백을 통해 모든 것이 흙으로 돌아간다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 소설을 쓴 톨스토이도 흙으로 돌아가 있다.

독서일기 2023.05.02

[AI지식, 박상길 / 반니]

최근 쳇 GPT열풍이 거세다. 그래서 이 책이 눈에 띄어 읽게 되었다. 원래 책의 전체 이름은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AI지식'인데 비전공자인 내가 보기에 완전히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저자의 상세한 설명과 재미있는 그림으로 인해 AI가 일으킨 다양한 영역에서의 이슈와 특징, 흐름 등을 파악하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저자는 자율주행, 검색엔지, 기계번역, 내비게이션 등 AI가 활발히 활용되고 있는 몇 가지 영역을 간추린 후 주요 기술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AI입문자가 읽기에 힘들지가 않았다. 무엇보다 저자의 원래 전공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저자의 박학다식한 지식과 이해가 놀랍다.

독서일기 2023.04.26

[하룻밤에 읽는 영국사, 안병억 / 페이퍼로드]

영국사에 관한 책을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미국이 참 신생(?) 국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가 오래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예전에는 영국이나 미국이나 그냥 영미권 국가라는 범주안에서 특색 없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영국의 오래된 역사를 접하면서 지난번에 읽은 미국사를 떠올려보니 영국 역사의 흐름 속에서 미국이 잔가지를 치고 올라간 느낌이다. 영국은 국토가 그렇게 넓지 않지만 다른 나라로부터 이렇다 할 침략이나 전쟁을 받지 않은 나라였고, 그래서인지 자존심이 무척 강한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업혁명을 일으키고 의회민주주의의 기틀을 마련 한, 지금은 많이 힘이 빠졌고 주도권을 미국이나 중국에 많이 넘겨줬지만 오랫동안 일류 국가라는 명예 속에서 지내왔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몇년전의 '브렉시트'도 이해가 ..

독서일기 2023.04.26

[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김대식 / 문학동네]

정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의 책이다. 책은 아주 빠르게 읽을 수 있었는데 몇 가지 생각나는 부분이 있다. 일단 그전에. '나=뇌'라는 공식은 맞을까 틀릴까. 적어도 저자의 관점에서는 아닌 것 같다. 예를 들어, 눈의 착시 현상에 대한 대목이 있다.(책 32p) 지금 다시 봐도 A사각형이 B보다 더 어둡게 보인다. 그런데 정답은 아니란다. 두 사각형의 밝기가 같단다. 어둡게 보이는 이유는 나의 뇌가 그렇게 보기 때문이란다. 나에게는 두 사각형의 색깔이 달라 보이는데 객관적 진실은 아니라고 하니, 그래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우리 뇌가 A라고 하더라도 "아니다. 사실은 B이다"라고 반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뇌를 '나 자신'과 등치 시킬 수 없다는 부분이다. 우리는 살면서 ..

독서일기 2023.04.18

[시체를 보는 식물학자, 마크 스펜서 / 도서출판 길벗]

법의식물학자(Forensic Botanist)라는 말을 들어본 사람이 많이 있을까? 저자는 스스로를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식물학자는 말 그대로 식물을 연구하는 사람이고, 법의식물학자는 식물에 대한 연구가 범죄 조사 및 증명에 활용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느끼기로 우리나라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지면 사후경과시간을 알기 위해 주로 시체 자체를 들여다보는 것 같다. 얼마나 경직이 되었는지, 시반이 보이는지 등등을 통해 일단 알아보고 필요하다면 구데기나 벌레 등을 통해서도 확인해 보기도 할지도 모르겠다. 이때는 법곤충학자들의 도움을 받아야겠지만 우리나라에 법곤충학자가 몇 명이나 될까? 아마 부검을 담당한 의사들이 곤충에 대한, 그리 크고 넓지 않은 지식으로 추정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독서일기 2023.03.03

[왜 그렇게 쓰면 안되나요?, 잭 린치 / 이다새]

영어로 작문을 할 때 어떻게 쓰면 좋은지 알려주는 책이다. 우리는 영문법을 배웠지만 사실 영문법을 잘 안다고 영문을 잘 쓰는 것은 아니다. 한편, 우리는 무작정 even though나 even if를 같은 뜻으로 알고 사용하거나, however를 생각 없이 문두에 넣고 문장을 시작한다. 그러나 저자는 단어의 미묘한 차이를 알려줄 뿐 아니라 however는 문장 중간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하는 등 한국인 영어 선생들이 알려주지 못하고 알려주기 힘든 내용들을 알려주고 있다.

독서일기 2023.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