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35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안도 다다오 / 안그라픽스]

영문 이름은 Tadao Ando인데 왜 한글 번역은 타다오가 아닌 다다오로 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책 제목은 그렇고, 그냥 타다오로 칭하려 한다. 제주도 갔을 때 들렀던 방주교회, 본태박물관을 통해 안도 타다오를 알게 되었다. 그의 삶이 궁금하여 이번에 그가 쓴 책을 읽어 보았다. 많은 것을 배웠다. 먼저, 학력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는 정규교육 없이 독학으로 공부하여 건축가가 되었다. 학교는, 학력은 결코 누군가의 실력을 보증해 주지 못한다. 실력은 실력이고, 여러 학위는 다만 실력을 가늠하게 할 역할만 할 뿐이다. 두 번째로 그의 진취성이다. 그는 그 옛날 해외여행이 어려울 때도 가진돈을 모두 털어 유럽여행을 가서 보고 배웠다. 놀라웠던 것은 유럽만 간 게 아니라 ..

독서일기 2023.01.29

[당신은 당근을 싫어하는군요 저는 김치를 싫어합니다, 임정만 / 소심한책방]

이번 제주도 여행 갔을 때 숙소에서 발견한 책이다. 그때는 그냥 휙휙 넘겼지만 시간의 제약으로 다 읽지를 못했다. 집 근처 도서관에서 다시 빌려 읽었다. 저자는 서울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다가 2013년 제주도로 내려가 레스토랑을 오픈하여 지금까지 자영업자로 살고 있다. 20대 이후 살며, 생활하며, 여행을 하며, 제주도에서 요리를 하며 느꼈던 부분을 특유의 정서와 필체에 담아 책으로 냈다. 재미있었다. 진짜로. 유머가 있고 그 유머가 재미있게 다가왔다. 대략 10번 정도 ㅋㅋ 하며 웃을 수 있는 지점이 있었다. 요리하는 분이지만 삶 전반에 대한 내공이 느껴졌다. 다양한 분야의 독서가 그 바탕이 되었겠지만 본인의 고민, 지향하는 바가 건실하다는 것이 전달되었다. 맛있는 한끼의 정찬을 대접받은 느낌이다.

독서일기 2023.01.09

[하얼빈, 김훈 / 문학동네]

김훈의 책은 나오면 찾게 된다. 문체의 수려함도 좋지만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소설을 다 읽을 수는 없는 상황에서 그래도 소설을 종종 읽는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행위이다. 책의 내용은 복잡하지 않고 간단하며 분량도 많지 않았다. 대충 훑어본 김훈의 인터뷰를 보니 집필기간도 길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서일까. 기존에 알고 있었던 안중근에 대한 정보를 좀 더 확인하게 만드는 역할에 그친다. 소설이라는 것이 결국 이야기이고 이야기를 통해 어떠한 그림을 독자들에게 전달하지만 그 그림에 탄복하기보다 소설이 전달하는 정보들에 대한 흥미에 머무르는 나를 발견한다. 그래서 좀 아쉬운 소설이라고 감히 평가해 본다.

독서일기 2023.01.09

[될 일은 된다, 마이클 싱어 / 정신세계사]

우연히 발견한 책인데 책의 내용이 흥미로워서 단숨에 읽었다. 원제는 'The Surrender Experiment'인데 번역은 '될 일은 된다'이다. 너무 비약이 심한 게 아닐까? 이런 내용이다. 삶이 있는데 삶은 우리 개개인 자신보다 더 뛰어나다. (온 우주를 관장하고 등등) 그러니 선택의 길목에서 자기의 좋아함과 싫어함에 기초하여 좋아함을 좇아서 살기 보다 삶이 내미는 손길에 순종하여 승복하며 사는 게 더 나은 삶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자신이 그렇게 살아왔고 자신이 생각지도 못하게 놀라운 일이 자기의 삶에 펼쳐졌음을 저자는 고백하고 있다. 더 뛰어난 지성이 있다면 그리고 그 지성이 나에게 좋은 것을 준비하고 있는 게 맞다면, 당연히 나의 순간적인 판단보다 그 뛰어난 지성을 따르는 게 더 합리적..

독서일기 2023.01.04

[13월의 에티오피아, 김대원 / 꽃씨]

예전 평화원에서 봉사활동을 할 때 알게 된 과장님이 출간하신 책이어서 읽어보았다. 예전부터 아프리카에 대한 사랑과 열망이 있으셨는데 기어이 코이카를 통해 장기 봉사활동을 다녀오시고 책을 내셨다. 에티오피아에서 겪은 일상의 에피소드들을 소소하게 풀어나간 책이다. 에피소드 내용이 조금씩 겹치는 부분이 있는데 예를들어 전반부의 어디에는 완료된 내용처럼 기술된 내용이 후반부의 어디에는 아직 논의되고 있는 것처럼 기술되어 조금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아무리 독립적인 에피소드들이라 하더라도 독자들은 먼저 발생한 일부터 나중에 발생한 일의 순서대로 책의 내용이 전개(편집)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독서일기 2023.01.04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이슬아 / 문학동네]

이슬아라는 사람이 글과 그림을 그린 책이다. 문학동네에서 책을 출간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재미있었다. 그림도 재미있고, 내용도 재미있고, 글감도 좋았다. 글쓰기 실력도 좋았다. 내용이나 글감이 좋다는 말은 예를 들어 작가의 누드모델 경험이나 작가의 어머니가 대변을 볼 때마다 눈물을 흘린다는 부분에서 드러나고 글쓰기가 좋다는 말은 책을 읽었을 때 수려하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그렇다. 좋은 작가가 되거나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필요한데 그러한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장착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독서일기 2023.01.04

[Dead Poets Society, N.H.Kleinbaum / Kingswell Teen]

제목을 영어로 적은 이유는 영어 원서로 읽었기 때문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제목으로 영화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는데 영화를 보지는 못했다. 분명히 소설 또한 한글로 번역이 되어 있을 것 같다. 재미있었다. 명문고등학교 내에서 다들 좋은 대학 입학만을 목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진정한 교육을 실천하려고 하는 키팅 선생, 그리고 조금씩 키팅의 가르침을 삶 속에서 구체화하며 성장해 가는 학생들의 모습들, 거기서 오는 갈등과 기쁨들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이야기가 순조롭게만 진행될수만은 없는 법. 마지막에 네일의 죽움을 통해 이야기를 절정으로 치닫게 하면서 결국 키팅이 학교를 떠나게 만드는 방식은 부득이한 구조적 전개로 보인다. 학생들은 비밀 모임을 통해 '죽은' 시인들의 시를 읽지만, 결국 네일이 죽..

독서일기 2022.11.25

[가게일기, 바이홍 / 초능력]

이태원에 있는 '초능력'이라는 Bar 사장님이 지으신 책이다. 이곳은 2019년 가을에 한차례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이름이 특이했고(초능력?) 분위기가 어둑어둑했던 기억이다.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와이프의 친구가 확보한 책이 집에 있어 읽게 되었다. 소소한 이야기들이다. 10년 넘게 가게를 운영하면서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한 것들이 특유의 말투를 통해 담담히 서술되어 있다. 예전에 미술 관련 일을 하셔서 그런지, 왠지 풍부한 감수성과 사물을 바라보는 예리한 시선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그 예리함이 따뜻한 감성과 어우려져, 버무려져 있다. 최근 와이프는 과거에 읽은 책들의 내용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여러 좋은 책읽기 방법들을 찾아보고 있다. 물론 책이 주는 좋은 정보와 유익한 스토리를 간직하고 기억..

독서일기 2022.11.25

[몰입영어, 황농문 / 위즈덤하우스]

책의 분량은 얇다. 책을 읽었을 때 이 방법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영어는 언어이기 때문에 공부의 대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 말에 동의를 하면서도 그럼 영어 책을 펼치는 행위는 '공부'인지 아닌지 헷갈려했다. 저자는 언어는 자전거 타는 것과 같다고 한다. 이 비유가 적절한 것 같다. 몸에 익는 것, 그래서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언제든지 자전거를 탈 수 있듯이 영어도 몸에 익혀서, 그래서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것일 게다. 그럼 어떻게 영어를 몸에 익힐 수 있을까? 저자는 암묵기억을 발달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그동안 한국 사람들은 시험 잘 보기 위주의 외현기억 발달에만 치중했는데 이제는 암묵기억 발달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암묵기억은 듣기와 말하기를 통해 발달하..

독서일기 2022.11.23

[미국사, 앙드레 모루아 / 김영사]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미국이라는 나라는 있었다. 그래서 이 나라는 아주 오래된, 마치 지구가 생겨날 때 같이 생겨난 나라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그런데 미국은 신생국가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때 생겨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국가이고, 그래서, 이런 국가가 세계의 강대국으로 우뚝 솟은 현재의 상황이 아찔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미국의 생겨남은 유럽 국가의 신대륙 발견, 식민지 정복의 맥락에서 살펴봐야 한다. 영국, 스페인 등이 동쪽으로 서쪽으로 새로운 지역을 개척하기 위해 동분서주했고, 현재 아메리카라고 불리는 대륙을 발견하게 된다. 여러 정치적 이유, 종교적 이유로 영국 사람들이 미국 동부 쪽에 거주하기 시작했고 한동안 본국(영국)의 지배를 받다가, 갈등이 심해지면서 독립선언을 하게 된다. 그리고 본국과의..

독서일기 2022.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