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가게일기, 바이홍 / 초능력]

비평의 눈 2022. 11. 25. 22:28

이태원에 있는 '초능력'이라는 Bar 사장님이 지으신 책이다.

이곳은 2019년 가을에 한차례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이름이 특이했고(초능력?) 분위기가 어둑어둑했던 기억이다.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와이프의 친구가 확보한 책이 

집에 있어 읽게 되었다.

 

소소한 이야기들이다.

10년 넘게 가게를 운영하면서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한 것들이

특유의 말투를 통해 담담히 서술되어 있다.

 

예전에 미술 관련 일을 하셔서 그런지, 왠지 풍부한 감수성과

사물을 바라보는 예리한 시선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그 예리함이 따뜻한 감성과 어우려져, 버무려져 있다.

 

최근 와이프는 과거에 읽은 책들의 내용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여러 좋은 책읽기 방법들을 찾아보고 있다.

물론 책이 주는 좋은 정보와 유익한 스토리를 간직하고 기억하여

향후 일어날 삶에 보탬이 되는 독서는 분명 책 읽기의 중요한 의미축이다.

 

그런데 가게일기를 방금 다 읽은 나는 특별히 재생할 수 있는 책의 내용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재생을 꼭 할 수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읽을 때는 어떤 표현 때문에, 어떤 이야기 때문에 흐뭇하고 좋았는데

지금은 막연한 느낌만 남아 있다.

 

이럴 때 책 읽기의 기쁨이란 놀이동산에서 롤러코스터를 한차례

타고 내려올 때의 그것과 다름이 없어 보인다.

다들 롤러코스터 탈 때 재미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하듯이.

그때의 속도가 시속 몇 km였는지, 그 즐거움이 나의 스트레스 수치를 얼마나

낮추어주었는지 까지 알 필요가 없는 것처럼.

 

독서도 그런 것 같다. 메모하고, 기억하고, 나중에 써먹는 용도의 독서도

있지만,

그냥 읽을 때 재밌고 좋으면 그것으로 충분한 독서도 분명 있을 것이고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