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35

[봄날은 간다, 김영민 / 글항아리]

예전부터 이 교수(작가)의 책은 틈틈이 사서 모았다. 하지만 책이해가 쉽지 않아 좀체 들여다보기 어려웠는데 오랜만에 예전에 사둔 책을 읽어보았다. 이 책은 이래저래 여기저기 써놓은 글들을 하나로 엮은 수필집인데 역시 이해가 쉽지 않았다. 일단 저자가 사용하는 단어가 생소하기 때문인데 사전에 기재된 단어인데 일상에서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 사용하기 자주 때문이기도 하고, 저자가 임의로 만든 단어들도 꽤 있어 보인다. 그러니 의미 전달 및 수용이 잘 되지 않는다. 또 하나는 (내가 생각하기에) 저자가 언어유희를 즐기는 것 같다. 저자는 종종 형용사와 명사를 도치하는데 예를 들어 "관념의 생활화 또는 생활화의 관념" 식으로 한 문장에 형용사와 명사를 도치한 표현도 같이 병기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방식, 장치..

독서일기 2022.11.05

[Jazz It Up, 남무성 / 서해문집]

직전에 포스팅한 책(한국 근현대사)도 서해문집에서 나온 책인데 이 책 또한 그렇다. 서해문집에 대해 알아봐야겠다. 내가 재즈를 좋아하는지 모호할 정도로 그동안 재즈는 안개와 같았다. 와인 한 잔 할 때 습관적으로 재즈를 찾았지만 쳇 베이커나 빌 에반스 등 몇몇 익숙한 사람들에 한정되어 있었다. 이 참에 재즈에 대해 다소 학문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 같아 집어 든 책이 '남무성의 만화로 보는 재즈의 역사'라는 부제가 붙은 'Jazz It Up'이다. 아직까지 만화는 아이들이 보는 책이라는 편견이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이 편견의 안락함에 거주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만화는 하나의 장르이며 내용을 전달하는 양식이지 장르 자체가 독자들의 연령층을 규정화 하는 것은 아닐 것으로 생각이 든다. ..

독서일기 2022.10.19

[함께보는 한국 근현대사, 역사학연구소 / 서해문집]

미국사나 유럽 역사에 관한 책은 틈틈이 보려고 하면서 한국사 관련 책은 중고등학교 때 어렴풋이 배웠다는 이유로 찾아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렇게 흩어져 있는 지식을 모으고 이 참에 흐름을 파악해보고자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은 특정 저자가 아닌 여러 역사학자들이 쓴 책으로, 그래서 그런지 어떠한 관점보다는 사실 위주로 내용이 전개되어 있다. 조선 후기부터 김대중 대통령까지 대내외 환경, 정치 상황, 여러 사태, 사회 현안들이 비교적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난 느낌은 지난 100년이 무척 피곤하고 힘든 시기였다는 생각이다. 조선 후기에는 끊임없이 문호를 개방하라며 미국, 일본 등의 괴롭힘이 있었고, 이후 일제 치하에서의 각종 수탈, 민중의 괴로움, 독립운동의 고단함이 광복 때..

독서일기 2022.10.13

[남미히피로드, 노동효 / 나무발전소]

우연히 선물 받은 책을 드디어 읽었다. 내년 남미 여행을 계획하면서 관련된 책들을 찾아보는데 인근 도서관에는 마땅한 책이 없었다. 일단 집에 있는 책부터 읽자는 생각에 집어 들었다. 책의 제목은 '남미히피로드'이지만 그 위의 부제가 이렇게 붙어있다. '당신은 잘 지내나요? 800일간의 남미 방랑' 사실 여행관련 책들이 내용으로 승부를 보기는 쉽지 않다. 유시민의 '유럽도시기행' 처럼 저자가 유명하거나, 남들이 가지 않은 곳, 예를 들면 목성을 방문했다거나 그래야 경쟁력이 있다. 남미, 아프리카 모두 가기는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방문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기에 남미에 갔다고 사실 특별한 것은 아니다. 그나마 이 책이 경쟁력을 있는 것은 800일이라는 숫자 때문일 것이다. 실제 사람들이 한두달 다녀온 후 책을..

독서일기 2022.10.04

[오리진, 루이스 다트넬 / 흐름출판]

책 표지를 둘러싼 띠지에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책!'라고 기재되어 있다. 사실 사피엔스가 좀 더 재미있었고 흥미로웠던 기억이다. 이 책은 좀 더 지엽적이고 어려웠다. 저자는 영국 레스터대학교 우주연구센터에서 일하는 연구원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이 책에서 다루는 분야는 다양했다. 역사, 생물, 지리, 지구과학 등 다채로웠다. 이런 류의 책의 반복적 읽기를 통해 현행 인류(사피엔스)가 동아프리카에서 시작되었으며 지구의 기후변화에 적응해 가며 유라시아, 아메리카 등등으로 퍼져 나갔다는 것은 이제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이동하면서 환경에 적응해가면서 진화가 이루어졌다는 것까지. 문명사회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사람'만 보이는 세계에 살면서, 우리가 '사피엔스'라는 하나의 '..

독서일기 2022.10.03

[달 너머로 달리는 말, 김훈 / 파람북]

책을 읽고 이 소설의 주인공이 누구였는지 생각했다. 책 앞머리 제목을 들쳐보고서 사람이 아닌 말이었음을 알았다. 김훈의 소설은 인생을 객관적으로 보게 도와주는 듯 하다. 객관적이란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는 느낌이 있지만.. 여기서 객관적이란 나를 포함하여 세상을 보는 관점을 순간적으로 Zoom-out 시켜서 세상과 관점과의 거리를 확보하게 한다는 뜻이다. 초나라와 단나라의 소멸은 나의 소멸(죽음), 나의 세계의 소멸, 나의 가족의 소멸, 나아가 지구의 소멸로 이어진다. 결국 모든 것은 사라지는데 초와 단의 소멸을 선제적으로 소설은 보여준다. 재미있는 대목이 몇 가지 있다. 김훈은 초와 단의 특징을 대비시키는데 초는 말(言)의 사용을 경계한다. 말은 현실에 뿌리내리게 하기보다 사람을 붕뜨게 만들며 허공을 떠..

독서일기 2022.09.26

[처음읽는 아프리카의 역사, 루츠 판 다이크 / 웅진지식하우스]

우리에게 아프리카 대륙은 조금 먼 나라이다. 물리적으로(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뉴스에서도 잘 등장하지 않는다. 가끔 우리나라 선박이 소말리아 인근 해변에서 해적을 만났다는 기사를 접하거나, 보수 기독교단체에서 선교사를 파견한다거나 국제 구호단체에서 후원금을 모금한다거나 할 때 등장하곤 한다. 이러한 사실들이 의미하는 것은 우리가 아프리카 대륙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아는 부분도 있다. 못 사는 나라들이 대부분이고, 에이즈 환자들이 많고, 기근에 허덕이고, 물과 음식이 부족하다는 것. 남아프리가 공화국의 넬슨만델라 대통령, 이집트의 피라미드, 수에즈운하, 사하라사막, 낭만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카사블랑카. 그럼에도 아프리카를 생각할 때 부정적인 이미지들이 먼저, 그리고 강력..

독서일기 2022.09.21

[너는 쿠바에 갔다, 박세열 / 숨쉬는책공장]

대학 시절 9개월간 유럽 여행을 했다. 분명 그곳들은 외국이고, 다른 나라이지만 유럽의 국가들은 한국의 연장선상에서 움직이는 나라들 같았다. 오히려 군대 제대 후 한 달간 갔던 인도는 정말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았다. 아무나 맥도날드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출입구에 경계 보는 사람이 서 있었다. 외국 관광객들, 그리고 카스트 체계의 상류층만이 입장이 가능했을 것이다. 숙소 앞에는 비쩍 마른 소가 걸어 다녔다. (소는 농가에서 유유히 풀을 뜯어먹는 동물들 아니던가?) 기차는 제시간에 도착하지도 제시간에 출발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표를 구매했을 것 같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이 기차 안에 우겨져 있었다. 유럽의 국가들은 다른 나라이지만 한편으로 다른 나라 같지 않았던 반면, 인도는 다른 나라이면서 정말 다른 나..

독서일기 2022.09.18

[위작의 기술, 노아 차니 / 학고재]

맺음말 한 문장이 인상적이다. '위조꾼은 대체로 실패한 미술가들이다' 이 말에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어설프게 '위조 작가들 중 일부는 돈과 명예를 누리기도 했어' 식으로 넘어가는 것보다 낫다. 사실 위조 작가들에게 마이크를 대고 '당신의 미술 인생은 성공했나요?'라고 질문을 한다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저는 실패한 미술 인생입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올 것 같다. 그들은 피카소, 렘브란트, 고흐, 살바도르 달리가 되고 싶었으니까. 그들처럼 자기 이름을 걸고 자기 실력을 보여 명성을 얻고 싶었으니까. 궁금해진다. 피카소, 렘브란트 등을 '진작(위조작의 반대)가'로 부른다면, 진자가와 위조작가의 실력 차이는 어느 정도일까?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수준 차이일까? 아니면 엇비슷할까? 만일 엇비슷..

독서일기 2022.07.23

[범죄 심리의 재구성, 고준채 / 다른]

가벼우면서 쉽게 읽히는 책이다. 내용의 깊이는 없지만 일반 독자들이 관심 있어하는 영역을 두루 다루었다. 우리나라는 범죄를 '심리'적인 관점에서 다루려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여러 이유가 있 겠다. 그것이 알고 싶다류의 프로그램 때문인지 금융 범죄, 미술 범죄 등 보다는 살인, 강간 등 강력범죄가 더 익숙하다. 더 익숙하다는 것은 더 관심을 가지고 흥미를 느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금융 범죄는 금융의 여러 제도나 사기 기법 등이 문제시되지만 강력범죄는 이런 제도적인 측면보다는 인간과 인간이 직접 부딪히는 부분이 있다. 왜 죽였을까, 연인 관계일까, 알고 있던 사이일까... 금융범죄는 범죄의 목적이 '돈'에 국한되어 있어 보이지만 살인, 강간 등의 범죄에는 뭔가 더 깊은 인간적인 사연이 있어 보인다. ..

독서일기 2022.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