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키울 수 없어 교회에서 운영하는 베이비박스 앞에 아기를 두는 장면에서 영화는 시작한다. 그 아기를 가로채어 팔려는 사람들, 그리고 여기에 동행하는 아기의 엄마. 돈이 필요해 아기를 팔아야 하는 현실 앞에서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돈이 되면 무엇이든 하고자 하는 현실인 만큼 이 웃음은 이내 섬뜩함으로 변한다. 일본 감독(고레에다 히로카츠)의 작품이여서 그런지, 영화는 시종일관 잔잔하다. 남해 또는 서해 바다의 파도 같다. 나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그냥 다른 감독들의 영화들과 영화 형식이 다른 게 좋다. 홍 감독의 영화 형식이란 한마디로 말해 기승전결이 없는 영화이다. 결론이 없고 감독이 특별히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없다. (어쩌면 메시지가 있는 데 관객들이 특별히 눈치채지 못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