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이 소설의 주인공이 누구였는지 생각했다. 책 앞머리 제목을 들쳐보고서 사람이 아닌 말이었음을 알았다. 김훈의 소설은 인생을 객관적으로 보게 도와주는 듯 하다. 객관적이란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는 느낌이 있지만.. 여기서 객관적이란 나를 포함하여 세상을 보는 관점을 순간적으로 Zoom-out 시켜서 세상과 관점과의 거리를 확보하게 한다는 뜻이다. 초나라와 단나라의 소멸은 나의 소멸(죽음), 나의 세계의 소멸, 나의 가족의 소멸, 나아가 지구의 소멸로 이어진다. 결국 모든 것은 사라지는데 초와 단의 소멸을 선제적으로 소설은 보여준다. 재미있는 대목이 몇 가지 있다. 김훈은 초와 단의 특징을 대비시키는데 초는 말(言)의 사용을 경계한다. 말은 현실에 뿌리내리게 하기보다 사람을 붕뜨게 만들며 허공을 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