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일기

[물 안에서, 홍상수]

비평의 눈 2023. 4. 26. 12:36

홍상수 영화는 챙겨보는 편이다.

이번에 개봉되었다길래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영상 사고인 줄 알았다. 영화가 약 10분이 지나면서부터

화면이 뿌옇게 되면서 배우들을 또렷이 보기가 힘들어졌다.

나가서 영화관 직원을 불러와야 하나(영사기에 문제가 있는지?)

영화 끝나고 제작사에 민원 전화를 넣어야 하나(배포가 잘못되었는지?)

싶었다.

 

그런데 중반이 지나면서 영화의 제목이 다시 한번 머리에 각인이 되면서

이것이 감독의 의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물이든 바닷물이든 물속에 들어가서 눈을 뜬다고 하면

이내 혼탁한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수경이 없다면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해 광경은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홍상수의 영화감독 데뷔 전의 상황인 양 영화는 이제 막 영화감독이 되려는 

사람을 주인공을 내세우는데

주인공은 자기가 잘할 수 있는지, 자기에게 창조성이 있는지

모든 것이 막막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을 토로한다. 

물밖로 나와 모든 것을 명확히 보기를 원하지만 완생이 되지 못한 

미생은 여전히 물속에서 헤매며 자기의 가능성을 타진하다.

 

나의 뇌는 영화 보는 내내 이 답답한(흐릿하게 보이는) 상황에서의 구원을

기다렸지만 영화는 끝끝내 나의 기대를 저버렸다.

완성된 인생이 존재할까 싶기도 하고, 나이가 50, 60이 되더라도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인생이라면 여전히 물안에서 허우적거리며 가는 것일 텐데,,

나를 비롯한 모든 '과정자'들에게 물밖으로의 전환 경험이 분명 있기를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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