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자유의지가 있느냐 없느냐는 철학, 심리학, 인지과학, 신경과학 등에서
논의되어온 오랜 주제이다.
그래서 있다는 말일까, 없다는 말일까?
한쪽 방향으로 결론이 쉽게 날 것 같지도 않지만 난다고 하더라도
우리 삶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같은 맥락에서 이 책의 제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사람은 생각을 하는 것일까? 아닌 것일까?
뇌과학자 정재승이 뇌가 얼얼하다고 추천의 글에서 말한 것처럼
이 책은 상당히 급진적이다.
사실 나는 사람에게 태어날때부터 어떤 본성이 있다든지, 성선설이든지,
성악설이든지 이런 것을 믿지 않는다.
경험에 관한 '존 듀이'의 관점에 입각해서 사람의 성향, 정체성 이 모든 것들은
몸을 가진 유기체적 존재인 사람이 주위 환경과 상호 작용하면서 형성되는
그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간의 의식의 영역은 5%에 불과하고, 95%는 무의식이라는 말은 믿었다.
왜냐하면 이러한 주장은 2세대 인지과학에서 밝혀낸 사실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이 책의 저자 닉 채터는 한발 더 나아간다.
본성이라고 부르든, 신념이라고 부르든, 무의식이라고 부르든 우리 내면에 저장 창고는
없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그때그때 우리 뇌가 만들어낸 창작 이야기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저자는 감정 조차도 우리의 '해석'의 산물이라고 하는데
우리 내면의 저장 창고에서 기쁨, 슬픔이 올라오는 게 아니라
나의 몸의 물리적 변화에 대하여 나의 뇌가 '이후에' 기쁨 또는 슬픔으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쿨레쇼프 효과 참조)
저자의 말대로 우리 내면에 저장된 것이 아무것도 없고
뇌가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우리를 움직이는 것이라면
이것은 좋은 것일까 아닐까?
적어도 나의 내면의 모순에 덜 괴로워해도 되니 좋고,
상대방에게 더 이상 일관성을 기대하지 않아도 되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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