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일기

맨체스터 미술관 어린이 공간 소개

비평의 눈 2023. 9. 9. 21:47

우리나라에서 어린이에게 특화된 분야가 있다면 의료분야가 아닐까 싶다.

이곳 영국에서도 '소아청소년과'라는 전문 분야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있으며 어린이 병원도, 어린이 치과도 있다.

그만큼 아이들의 건강에 관심이 많아서일 텐데 그 배경에는 

'내 아이를 아프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부모의 마음을 이용한 상업주의가 자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는 의사가 아니고 그래서 성장기 아이들의 뇌, 심장, 간 등은 성인과 다르기 때문에

마치 별도의 영역처럼 관리하고 접근해야 한다는 관점의 결과로 소아청소년과가 생겨났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다른 진료과목들은 모두 사람의 신체 부위 또는 기능에 따라 분류되어 있는데

(내과, 외과, 피부과, 산부인과, 정신건강의학과 등등)

유일하게 소아청소년과만 '연령'에 의해 구분되어 있다는 점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은 미술을 즐길 수 있는가? 없는가?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겠지만 

그림 앞에 선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면 성인들이 반고흐의 그림을 유심히 바라보는 것과는 달리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어린이 전용 미술관을 운영한다는 것은 실로 위험 부담이 크며,

사실 이게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한국에 있는 미술관들을 가보면 모든 것이 '성인'들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미술을 즐기지 못한다는 생각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곳 영국이라고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다. 그림이라는 것이 당대의 화가가 혼신의 힘을 기울여

자기 자신이 그리고 싶어 하는 것을 드러내는 것인데 후대의 아이들을 위해 메칸더 V를 그리는 게

필요하다는 그런 의무를 스스로에게 지울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맨체스터 미술관을 방문하며 느낀 것은 부모와 같이 미술관을 방문한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별도로 아이들 공간을 만들어 놓고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술관은 어른을 위한 공간이니 '아이들은 참아라'가 아니라 너희는 아직 미술을 즐길 만큼 성숙하지

못했으니 대신 '여기서 이렇게 놀아라'라는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이렇게 공간을 설명하고 있고,

 

이렇게 이 공간에서 아이들이 그린 그림들도 전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운영하고 있다.

 

미술관에 왔다고 아이들 또한 그림만 그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널브러진 공간에서 뛰어놓기도 하고 탁구를 치기도 한다.

바로 위 사진은 삼각탁구대 사진인데 탁구대 한 면에 아이들을 집을 지어 놓고 있다.

 

결국, 이곳 맨체스터 미술관에 와서 배운 건 '배려'다.

아이들이 어른처럼 미술을 즐기지 못한다 하더라도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이 미술관에 왔을 때

심심하지 않도록 공간을 만들고 아이들을 배려하는 것. 

그것을 오늘 배웠다.

2023년 9월 9일(토)에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