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범죄 심리의 재구성, 고준채 / 다른]

비평의 눈 2022. 7. 21. 10:39

가벼우면서 쉽게 읽히는 책이다.

내용의 깊이는 없지만 일반 독자들이 관심 있어하는 영역을 두루 다루었다.

 

우리나라는 범죄를 '심리'적인 관점에서 다루려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여러 이유가 있 겠다.

 

그것이 알고 싶다류의 프로그램 때문인지 금융 범죄, 미술 범죄 등 보다는

살인, 강간 등 강력범죄가 더 익숙하다.

더 익숙하다는 것은 더 관심을 가지고 흥미를 느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금융 범죄는 금융의 여러 제도나 사기 기법 등이 문제시되지만

강력범죄는 이런 제도적인 측면보다는 인간과 인간이 직접 부딪히는 부분이 있다.

왜 죽였을까, 연인 관계일까, 알고 있던 사이일까...

금융범죄는 범죄의 목적이 '돈'에 국한되어 있어 보이지만 살인, 강간 등의 범죄에는

뭔가 더 깊은 인간적인 사연이 있어 보인다.

 

이렇게 사연이 있는 범죄가 인기를 끌다 보니 범죄 또한 심리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의 당시 사연, 마음 상태를 알아야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고, 가해자의 심리를 알아야

범죄를 특정할 수 있다는 등등.

범죄학과 범죄심리학은 사실 다른데 이수정 교수, 박지선 교수 모두 범죄를 주로 연구하는

심리학자이지 범죄학자는 아니다.

사실 미국, 영국과 달리 우리나라에 범죄학과는 없다.

경기대에서 범죄심리학과로, 동국대에서 경찰행정학과로 학생들을 양성하지만 학과명에서 보다시피

하나는 심리학과이고 하나는 행정학과이다.

경찰대에서는 경찰 교육이 주목적이다. 이렇듯 일반 대학교에서 범죄 자체를 심도있게 연구하고 있지는

않다.

 

주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에 범죄가 발생하지 않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한편 미국, 영국과 다른 한국의 고유한 범죄 유형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범죄 자체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범죄는 물론 해결하는 게 주 목적이다. 그런데 범죄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해결하려고만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검찰, 경찰에서 나름 범죄 연구를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그들은 범죄를 수사하고 기소하여 재판에 넘기는

해결기관이지 연구기관이 아니다.

 

유교적인 문화 때문인지 우리나라는 나쁜 것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꺼린다.

죽음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가 불편하듯이 범죄 또한 그랬는지 모른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는 곧 범죄의 역사이다.

나쁘다고 쉬쉬할 게 아니라 이제 범죄가 무엇인지 묻고 대학 학과도 신설하는 등

공개적인 담론의 장에 범죄를 끌고 오는 게 필요하다.

이러한 대학의 연구가 검찰, 경찰에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한편 우리는 범죄 연구를 통해 범죄를 해결할 수 있지만 나아가 범죄를 통해 인간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다.

범죄학은 곧 인문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