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9개월간 유럽 여행을 했다.
분명 그곳들은 외국이고, 다른 나라이지만 유럽의 국가들은 한국의 연장선상에서
움직이는 나라들 같았다.
오히려 군대 제대 후 한 달간 갔던 인도는 정말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았다.
아무나 맥도날드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출입구에 경계 보는 사람이 서 있었다.
외국 관광객들, 그리고 카스트 체계의 상류층만이 입장이 가능했을 것이다.
숙소 앞에는 비쩍 마른 소가 걸어 다녔다.
(소는 농가에서 유유히 풀을 뜯어먹는 동물들 아니던가?)
기차는 제시간에 도착하지도 제시간에 출발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표를 구매했을 것 같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이 기차 안에 우겨져 있었다.
유럽의 국가들은 다른 나라이지만 한편으로 다른 나라 같지 않았던 반면,
인도는 다른 나라이면서 정말 다른 나라 같았다.
물고기는 물속에서 태어나 사람에게 잡히지 않는 한평생 물속에서 살다가 물속에서 죽는다.
그에게 물이란 무엇일까? 물을 모를 것이다. 물은 그냥 처음부터 있었던 그 무엇이고,
자신의 존재와 너무나 깊이 결탁되어 있었던 그 무엇일 테니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태어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라난 한국인에게 유럽은 낯설지 않은 반면
카스트제도가 존재하고 독특한 문화가 유지되고 있는 인도는 분명 낯선 곳이 분명하다.
쿠바를 동경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곳으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있다.
체 게바라,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혁명 등등...
나는 그 동경의 뿌리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무엇인가 다른 사람과 다르게 살아보려는 사람들, 나아가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는 사람들이 쿠바를 통해 실마리를 얻어보려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저자는 프레시안 기자이다. 프레시안의 성향을 이 자리에서 논의할 수는 없지만
그나마 소속사와 어울리는 글쓰기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대부분의 내용을 아바나에서 썼다고 하는데 오랫동안 쿠바에 관심을 가져왔던 것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책의 제목이 재미있다.
여기서 '너'는 저자 자신인데, 자신을 3인칭화 하면서 책의 설득력을 높이려는 시도가 인상 깊다.
정리해 보자.
세계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손을 잡고 움직이고 있을 때
그 체제에서 비껴 난 쿠바는 나름대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나에게 쿠바를 여행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처음 인도를 여행했을 때 받았던 그 충격을 다시 한번 더 느끼기를.
세상에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느낄 때, 나는 좀 더 자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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