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아프리카 대륙은 조금 먼 나라이다.
물리적으로(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뉴스에서도 잘 등장하지 않는다.
가끔 우리나라 선박이 소말리아 인근 해변에서 해적을 만났다는 기사를 접하거나,
보수 기독교단체에서 선교사를 파견한다거나
국제 구호단체에서 후원금을 모금한다거나 할 때 등장하곤 한다.
이러한 사실들이 의미하는 것은 우리가 아프리카 대륙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아는 부분도 있다.
못 사는 나라들이 대부분이고, 에이즈 환자들이 많고, 기근에 허덕이고, 물과 음식이
부족하다는 것.
남아프리가 공화국의 넬슨만델라 대통령, 이집트의 피라미드, 수에즈운하, 사하라사막,
낭만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카사블랑카.
그럼에도 아프리카를 생각할 때 부정적인 이미지들이 먼저, 그리고 강력하게 떠오르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아프리카에 대한 지식이 정확한지 묻는다.
그리고 그동안의 아프리카에 관한 지식은 서구, 특히 유럽 국가들이 그려놓은 프레임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저자가 이렇게 주장하는 근거도 있다.
15세기 영국, 프랑스, 포르투갈,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네델란드 등 유럽 국가들은 식민지 경쟁을 벌이면서
아프리카 대륙을 경쟁적으로 강탈하였다.
아프리카에서 풍부한 자원을 취득하고 노예제도를 운영하여 성인 남성을 노예로 삼아 자국 및
신대륙(아메리카) 식민지에 노동력으로 제공했다.
세계대전 때는 자국 군인을 대신하여 아프리카 식민지 인력을 용병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런 범죄를 저지른 국가들 입장에서는 아프리카 대륙을 있는 그대로 보기가 어렵다.
본인들이 저지른 잘못을 합리화하기 위해서라도 아프리카는 미개발국가로, 미개한 사람들로,
도움이 필요한 그 무엇으로 남아 있어야 했다.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삼으려는 경쟁이 치열해지자 독일 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가
1884년 11월 15일에 유럽 13개 국가 대표들을 베를린으로 소집하여 아프리카 대륙을 나누어 갖는 계획을
세웠다.(책, 135p)
구글맵을 통해 세계지도를 보면 대부분의 나라 국경은 곡선이며 꼬불꼬불한데 아프리카 나라들 사이의
국경에는 직선이 등장한다.
국경이 곡선이고 꼬불꼬불하다는 것은 민족으로 구분이 되든, 지형으로 구분이 되든, 아무튼 자연스러운 나뉨의
결과라는 뜻일 텐데, 국경이 직선이라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이것은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무시한 채 어떤 힘에 의하여 강제적으로 나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나라들을 향해서는 적대감을 유지하더라도 그래도 자국민들끼리는 평화롭게 지낼 수 있도록 하려면
A민족은 A'국가를, B민족은 B'국가를 이루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런데 이러한 부분에 대한 고려 없이 그냥 자를 대고 국경을 그어버리니
A'국가에도 A, B, C...족이 살고 B'국가에도 A, B, C...족이 살게 된 것이다.
다른 민족과도 잘 지내면 좋겠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일까...
우리는 유럽에 대한 로망이 있다. 오래된 건물들, 숭고한 문화유산, 선진 문명...
유학도 많이 가고 여행도 많이 간다.
철학사를 보더라도 영국(베이컨, 흄..), 프랑스(데카르트, 푸코...), 독일(칸트, 헤겔..),
네델란드(스피노자..) 등 당시 식민지 건설에 열정을 불태웠던 국가 출신들이 많다.
그런데 이들 국가들이 과거에 보여준(어쩌면 지금도 보여주고 있는?) 야만성과 무자비함은
이들 국가들이 이룬 또는 이루었다고 여겨지는 선진성 뒤에 숨겨져 있다.
아프리카는 아직 이들 국가들에게 과거 저지른 범죄에 대하여 사과를 요구할 힘이 없고,
이들 국가 또한 아직 그럴 마음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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