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기

맛있는 소주

비평의 눈 2022. 8. 10. 13:34

아파트 외벽이 낡아 몇 주 전부터 외벽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다.

일층에서 쉬고 계시는 분들을 보니 우리나라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몽골 쪽 사람 같았다.

 

두 개의 줄을 이용해 20층이 넘는 아파트 옥상부터 아래로 내려오며

외벽에 페인트를 칠한다.

그 줄은 옥상 어디에 묶여 있는데 튼튼한지는 모르겠고

바닥에는 낙상에 대비한 매트리스는 없었다.

덥고, 위험하고, 힘든 일이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서지 않나 보다.

 

사람들은 여러 이유로 술을 마신다.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아니면 슬픈 일이 있을 때.

어젯밤 야근하느라 고생했다고 먹기도 하고,

상사가 오늘 출장이어서 칼퇴근이 가능하니 먹기도 하고,

며칠 동안 매일 먹었는데 안 먹고 그냥 지나가는 게 이상해서 먹기도 한다.

그리고 아무 이유가 없을 때에도 먹는다.

 

이분들도 오늘 저녁을 먹으면서 소주 한 잔을 하겠지?

몸이 피곤하고 마음이 고단하니 김치찌개에 술을 몇 잔 곁들일 것 같다.

 

이분들이 먹는 술은 어떤 맛일까?

본인이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술일까? 죽지 않고 살아남아서 이렇게 한 잔

할 수 있는 것에 감격하는 술일까?

두줄 타고 내려오며 철렁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또 잊으려 노력하며 들이키는 술들.

오늘 하루도 무사함에 감사하며 본인을 위로하며 소주잔을 기울일 때

그 술은 어떤 다른 이유로 누군가가 먹는 술보다 맛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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