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기

글을 잘 쓰는 아이 VS 좋은 글을 쓰는 아이

비평의 눈 2024. 8. 23. 11:17

똑똑한 아이,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의 바람입니다. 

그중 글을 잘 쓰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것도 부모의 기대 중 하나입니다. 

글을 잘 쓰면 여러모로 유리한 것들이 많습니다. 

일단 자기 생각을 잘 표현하는 모습이 보기 좋고요.

대학 갈 때 논술 점수를 잘 받을 수도 있고요. 

그리고 나중에 작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어느 부모가 글 잘 쓰는 아이로 안 키우고 싶겠어요?

그래서 어렸을때부터 책을 읽게 하고 글쓰기 학원을 보내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 보자고요. 글을 잘 쓰는 게 무엇인지요.

 

아이가 처음 글을 배울 때는 맞춤법도 틀리고 단어 선택도 잘 못하지요.

 

"어제 아파트를 먹었어"는 단어 선택이 잘못되었지요.

밥이나 사과를 먹는 거지, 아파트는 먹는 게 아니지요. 

이러한 표현을 창의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어제 영수를 놀았어"는 조사 선택이 잘못되었지요.

'를'을 '와'로 바꾸어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기본적인 문법을 고쳐주고 적절한 단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기본적인 글쓰기는 하는겁니다. 

그리고 이제 글을 잘 쓰는 아이로 키우려고 노력을 기울이는데요.

 

저는 글을 잘 쓴다는 것을 '표현이 좋은 글을 쓰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표현이 매끄럽거나 화려한 글을 쓰는 것으로요. 

 

그런데 여러분들이 언제 책에서 만족감을 느끼는지,

어떤 기준으로 책을 구매하는지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부동산으로 부를 얻는 방법'이라는 책이 있다고 해 볼게요.

부동산으로 몇백억을 벌어서 유명해진 사람이고요. 

자기의 경험을 녹아 책을 썼다고 해 봅시다. 

다소 문법적으로 어색한 부분이 있거나 표현이 좀 서투른 게 문제가 될까요?

그 사람의 아이디어, 실행방법이 궁금한 것이지 다른 부분들은 부차적일 거예요. 

 

소설책도 마찬가지예요. 표현이 유려한 게 책을 계속해서 읽어 나가는 힘이 될까요?

아닐 겁니다. 스토리가 탄탄하고 플롯이 좋으면 책에 빠져드는 것이거든요. 

 

이처럼 우리는 표현보다는 내용에, 아이디어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고 

다른 사람의 글을 접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내용이 좋은 것이 중요한데도 우리는 아이의 글쓰기를 지도하면서

무작정 많이 쓰게 하면서 표현을 고쳐주는 데만 치중하고 있어요.

 

미국 교수들중에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해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교수의 연구실적이 좋고 아이디어만 좋으면 네이티브 영어가 아니어도 학생들이

몰려듭니다. 

 

그래서 저는 글을 잘 쓰는 아이, 즉, 표현력이 좋은 글을 쓰는 아이로 키우기보다

좋은 글을 쓰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좋은 글이란 아이디어가 좋고 내용이 풍부한 글을 뜻합니다. 

 

아이디어는 별로이면서 표현만 좋은 글은, 음식은 별로이면서 그릇만 화려한 것과 같기 때문이지요. 

 

글에서 맞춤법은 중요합니다. 

일단 맞춤법이 틀리면 읽는 사람이 불편해요. 

그리고 글의 내용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지요.

 

그런데 아이의 글이 맞춤법을 잘 지키고 글로 무리 없이 의사소통 할 정도가 된다면,

글을 많이 쓰게 해서 표현이 좋은 글을 쓰는 아이로 키우기보다

글에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담을 수 있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