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일기

7.23(일) / Attention Please!!

비평의 눈 2023. 7. 25. 23:37

맨체스터 시내에 나가서 장을 본 후 늦은 점심인지 이른 저녁인지

애매한 시간대에 HOME이란 곳에 들렀다.

모던한 느낌의 레스토랑으로 나와 아내는 생맥주 한 잔,

피자, 파스타를 시켰다.

생맥주 한 모금을 들이켜니 무척 상쾌하고 좋았다.

이따 피자 나오면 먹으려고 맥주를 아껴두었다.

음식이 나오기 전에 아들이 의자에 앉아 있는 걸 지겨워하여

걸음마 연습을 할 겸 손을 잡고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그때 화재 경보 알람이 울리면서 아래와 같은 방송이 나왔다.

 

"Attention please, attention please! 이 건물에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으니 즉시 건물 밖으로 나가시기 바랍니다"

 

화재 연습을 하나 싶었는데 일단 아들을 안고 아내가 있는 

레스토랑 테이블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냥 연습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 사람들이 하나둘씩

일어서더니 천천히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우리도 덩달아 일행들을 따랐다.

건물관리자로 보이는 사람이 저쪽으로 가서 있으며 다시 안내해

준다고 하는 것 같았다.

 

불이 났으면 다시 건물로 돌아가지는 못할 텐데 그냥 집으로

가라는 것인가?

불이 안 났으면 그냥 연습일 텐데 실제로 사람들을 대피하게 할

필요가 있을까? 사람들이 계산 안 하고 그냥 가버려도 상관없는 건가?

이럴 줄 알았으면 맥주 몇 모금 더 먹고 나오는 건데, 아쉽다..

등등 여러 가지 생각들이 교차했다.

 

한 10분이 지났을까? 확성기를 든 사람이 이렇게 안내를 했다.

 

"언제 상황이 종료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따 다시 영업을

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집에 가실 분들은 그냥 가셔도 좋고 아니면

기다리셨다가 이따 다시 오셔도 됩니다"

 

여기저기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나의 고민도 시작됐다.

사실 배도 고팠고 곧 상황이 끝날 거라면 먹고 가고 싶었는데

아이를 계속 안고 있는 것도 힘들고 무엇보다 비가 계속 내렸다.

실제 먹은 음식이 많다면 미안해서도라도 기다렸다가 계산을 

하고 나올 수도 있을 텐데 맥주 말고는 시킨 음식이 나오지 않았으니

굳이 기다릴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주문한 피자와 파스타는 알아서 해결하겠지 하는 마음에 발길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맥주를 좀 더 마실걸 하는 아쉬운 

마음과 함께.

 

먹으려다가 못 먹으면 더 먹고 싶은 것처럼... 숙소 근처 마트에 들러

냉동피자를 사서 오븐에 구워 먹었다.

 

궁금하다. 실제 불이 났을까?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일단 화재 알람이 뜨는데 왜 알람이 울리는지 모르니 사람들을 대피시킨 것 같았다.

우리나라였으면 어땠을까? 음식값이 계산되지 않은 수많은 테이블들을 

그냥 집으로 돌려보낼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