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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부산국제영화제 후기]

올 3월 말에 방문한 부산을 다시 방문했다. 그때도 해운대에 줄곧 머물렀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낯선 곳보다 익숙함이 좋을 때가 있다. 2009년쯤인가.. 서울여성영화제에서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사실 영화제이지만 이렇다할 행사에 참가하지 않는 이상 평소처럼 표 예매하고 영화를 보는 것은 같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처음이다. 그동안 이름은 여러 번 들어봤지만 좀처럼 가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가게 되었다. 사실 특별한 축제 분위기를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실제로 그런 분위기는 좀처럼 느끼지 못했다. 나는 센텀시티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내에 위치한 CGV에서 '레이먼드 & 레이'를 보았다. 영화에 국적을 매길 수 있을까? 감독은 콜롬비아 사람, 배우들은 미국 사람, 영국 사람... 아직 각 나라마다 독특한 문화행..

일상일기 2022.10.13

[남미히피로드, 노동효 / 나무발전소]

우연히 선물 받은 책을 드디어 읽었다. 내년 남미 여행을 계획하면서 관련된 책들을 찾아보는데 인근 도서관에는 마땅한 책이 없었다. 일단 집에 있는 책부터 읽자는 생각에 집어 들었다. 책의 제목은 '남미히피로드'이지만 그 위의 부제가 이렇게 붙어있다. '당신은 잘 지내나요? 800일간의 남미 방랑' 사실 여행관련 책들이 내용으로 승부를 보기는 쉽지 않다. 유시민의 '유럽도시기행' 처럼 저자가 유명하거나, 남들이 가지 않은 곳, 예를 들면 목성을 방문했다거나 그래야 경쟁력이 있다. 남미, 아프리카 모두 가기는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방문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기에 남미에 갔다고 사실 특별한 것은 아니다. 그나마 이 책이 경쟁력을 있는 것은 800일이라는 숫자 때문일 것이다. 실제 사람들이 한두달 다녀온 후 책을..

독서일기 2022.10.04

[오리진, 루이스 다트넬 / 흐름출판]

책 표지를 둘러싼 띠지에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책!'라고 기재되어 있다. 사실 사피엔스가 좀 더 재미있었고 흥미로웠던 기억이다. 이 책은 좀 더 지엽적이고 어려웠다. 저자는 영국 레스터대학교 우주연구센터에서 일하는 연구원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이 책에서 다루는 분야는 다양했다. 역사, 생물, 지리, 지구과학 등 다채로웠다. 이런 류의 책의 반복적 읽기를 통해 현행 인류(사피엔스)가 동아프리카에서 시작되었으며 지구의 기후변화에 적응해 가며 유라시아, 아메리카 등등으로 퍼져 나갔다는 것은 이제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이동하면서 환경에 적응해가면서 진화가 이루어졌다는 것까지. 문명사회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사람'만 보이는 세계에 살면서, 우리가 '사피엔스'라는 하나의 '..

독서일기 2022.10.03

[달 너머로 달리는 말, 김훈 / 파람북]

책을 읽고 이 소설의 주인공이 누구였는지 생각했다. 책 앞머리 제목을 들쳐보고서 사람이 아닌 말이었음을 알았다. 김훈의 소설은 인생을 객관적으로 보게 도와주는 듯 하다. 객관적이란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는 느낌이 있지만.. 여기서 객관적이란 나를 포함하여 세상을 보는 관점을 순간적으로 Zoom-out 시켜서 세상과 관점과의 거리를 확보하게 한다는 뜻이다. 초나라와 단나라의 소멸은 나의 소멸(죽음), 나의 세계의 소멸, 나의 가족의 소멸, 나아가 지구의 소멸로 이어진다. 결국 모든 것은 사라지는데 초와 단의 소멸을 선제적으로 소설은 보여준다. 재미있는 대목이 몇 가지 있다. 김훈은 초와 단의 특징을 대비시키는데 초는 말(言)의 사용을 경계한다. 말은 현실에 뿌리내리게 하기보다 사람을 붕뜨게 만들며 허공을 떠..

독서일기 2022.09.26

[처음읽는 아프리카의 역사, 루츠 판 다이크 / 웅진지식하우스]

우리에게 아프리카 대륙은 조금 먼 나라이다. 물리적으로(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뉴스에서도 잘 등장하지 않는다. 가끔 우리나라 선박이 소말리아 인근 해변에서 해적을 만났다는 기사를 접하거나, 보수 기독교단체에서 선교사를 파견한다거나 국제 구호단체에서 후원금을 모금한다거나 할 때 등장하곤 한다. 이러한 사실들이 의미하는 것은 우리가 아프리카 대륙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아는 부분도 있다. 못 사는 나라들이 대부분이고, 에이즈 환자들이 많고, 기근에 허덕이고, 물과 음식이 부족하다는 것. 남아프리가 공화국의 넬슨만델라 대통령, 이집트의 피라미드, 수에즈운하, 사하라사막, 낭만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카사블랑카. 그럼에도 아프리카를 생각할 때 부정적인 이미지들이 먼저, 그리고 강력..

독서일기 2022.09.21

[너는 쿠바에 갔다, 박세열 / 숨쉬는책공장]

대학 시절 9개월간 유럽 여행을 했다. 분명 그곳들은 외국이고, 다른 나라이지만 유럽의 국가들은 한국의 연장선상에서 움직이는 나라들 같았다. 오히려 군대 제대 후 한 달간 갔던 인도는 정말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았다. 아무나 맥도날드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출입구에 경계 보는 사람이 서 있었다. 외국 관광객들, 그리고 카스트 체계의 상류층만이 입장이 가능했을 것이다. 숙소 앞에는 비쩍 마른 소가 걸어 다녔다. (소는 농가에서 유유히 풀을 뜯어먹는 동물들 아니던가?) 기차는 제시간에 도착하지도 제시간에 출발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표를 구매했을 것 같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이 기차 안에 우겨져 있었다. 유럽의 국가들은 다른 나라이지만 한편으로 다른 나라 같지 않았던 반면, 인도는 다른 나라이면서 정말 다른 나..

독서일기 2022.09.18

잘못된 광고

돈은 소중하다.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회사에서 일하고 사업을 운영한다. 그런데 물건을 사는 소비자들은 '그 가게 돈 벌어 줘야겠다'라는 마음으로 물건을 사지 않는다. 그 물건이 좋아서 또는 그 물건의 가격이 합리적이어서 그 가게를 방문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하는 사람들은 '어떻게든지 돈을 많이 버는 게 최고다'라는 노골적인 마음을 숨겨야 한다. 이 마음이 드러나게 되면 소비자들은 파는 물건들을 대하는 사업주의 태도를 알게 되고 물건에 대한 구매도가 떨어진다. 설사 사업하는 사장이 돈만 많이 버는 게 우선이다라는 생각이 마음속에 가득하더라도, 그래도 물건이 좋다고 홍보를 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소비자들은 자선 단체가 아니다. 최근에 생긴 커피숍에서 이벤트를 하는 것을 보았다. 평소에도 아메리카노..

일상일기 2022.08.17

맛있는 소주

아파트 외벽이 낡아 몇 주 전부터 외벽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다. 일층에서 쉬고 계시는 분들을 보니 우리나라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몽골 쪽 사람 같았다. 두 개의 줄을 이용해 20층이 넘는 아파트 옥상부터 아래로 내려오며 외벽에 페인트를 칠한다. 그 줄은 옥상 어디에 묶여 있는데 튼튼한지는 모르겠고 바닥에는 낙상에 대비한 매트리스는 없었다. 덥고, 위험하고, 힘든 일이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서지 않나 보다. 사람들은 여러 이유로 술을 마신다.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아니면 슬픈 일이 있을 때. 어젯밤 야근하느라 고생했다고 먹기도 하고, 상사가 오늘 출장이어서 칼퇴근이 가능하니 먹기도 하고, 며칠 동안 매일 먹었는데 안 먹고 그냥 지나가는 게 이상해서 먹기도 한다. 그리고 아무 이유가 없을 때에도 먹는다...

일상일기 2022.08.10

[위작의 기술, 노아 차니 / 학고재]

맺음말 한 문장이 인상적이다. '위조꾼은 대체로 실패한 미술가들이다' 이 말에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어설프게 '위조 작가들 중 일부는 돈과 명예를 누리기도 했어' 식으로 넘어가는 것보다 낫다. 사실 위조 작가들에게 마이크를 대고 '당신의 미술 인생은 성공했나요?'라고 질문을 한다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저는 실패한 미술 인생입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올 것 같다. 그들은 피카소, 렘브란트, 고흐, 살바도르 달리가 되고 싶었으니까. 그들처럼 자기 이름을 걸고 자기 실력을 보여 명성을 얻고 싶었으니까. 궁금해진다. 피카소, 렘브란트 등을 '진작(위조작의 반대)가'로 부른다면, 진자가와 위조작가의 실력 차이는 어느 정도일까?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수준 차이일까? 아니면 엇비슷할까? 만일 엇비슷..

독서일기 2022.07.23

[범죄 심리의 재구성, 고준채 / 다른]

가벼우면서 쉽게 읽히는 책이다. 내용의 깊이는 없지만 일반 독자들이 관심 있어하는 영역을 두루 다루었다. 우리나라는 범죄를 '심리'적인 관점에서 다루려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여러 이유가 있 겠다. 그것이 알고 싶다류의 프로그램 때문인지 금융 범죄, 미술 범죄 등 보다는 살인, 강간 등 강력범죄가 더 익숙하다. 더 익숙하다는 것은 더 관심을 가지고 흥미를 느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금융 범죄는 금융의 여러 제도나 사기 기법 등이 문제시되지만 강력범죄는 이런 제도적인 측면보다는 인간과 인간이 직접 부딪히는 부분이 있다. 왜 죽였을까, 연인 관계일까, 알고 있던 사이일까... 금융범죄는 범죄의 목적이 '돈'에 국한되어 있어 보이지만 살인, 강간 등의 범죄에는 뭔가 더 깊은 인간적인 사연이 있어 보인다. ..

독서일기 2022.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