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97

영어 단상 3 (특정 상황에서 특정 표현을 말하는 연습)

결국 영어를 잘하는 상태라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 누가 영어로 말할 때 잘 이해할 수 있고 적절하게 나의 생각을 영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 두가지는 1. 그 상황의 적절한 영어 표현이 무엇인지 아는 것 2. 그 영어 표현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 이다. 1을 모를 경우 엉뚱한 말을 하게 되고, 2가 안 되는 경우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영어를 배운다는 것은 결국 어떤 상황에서 적절한 표현이 무엇인지 배우는 것이고, 영어를 연습한다는 것은 그 상황에서 그 표현이 바로 튀어나오도록 평소 연습을 한다는 뜻이 된다. 사람들은 영어문장 외우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외운다는 것은 반복해서 연습, 훈련하여 별도의 도움없이(다시 책을 찾아보는 것 없이) 말하거나 쓸 수 있다는 뜻이다...

일상일기 2023.01.21

영어 단상 2(무게추를 한국어에서 영어로 옮기기)

영어 정복, 영어 마스터라는 표현들이 있다. 영어가 나를 힘들게 하고 있으니 이번에 엄청 노력을 하여 더 이상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한방에 끝내고 싶다는 마음의 표현이다. 그런데 각종 영어책들을 보면 영어를 잘하시는 분들도 감을 잃지 않도록 계속해서 영어를 듣고 문장을 외우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산 정상에 오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그런 게 아닌 것이다. 영어를 잘하고 싶다, 영어를 공부한다 등의 표현 이면에는 일단 본인의 기본 베이스는 한국어인데 열심히 노력하여 영어를 쓸 때는 유창하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담겨 있다. 그런데 '필요'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내가 한국에 있고 가족들도 한국 사람이고 직장에 가서도 한국어를 사용하는데 왜 영어를 유창하게 해야 하는지 의..

일상일기 2023.01.21

영어 단상 1(책 중심에서 나 중심으로)

오랜만에 생각이 나서 하광호 교수의 책을 찾아서 읽어보았다. 대학생 때였던 것 같다. 한국 사람이 미국에 가서, 미국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이후 향후 영어교사가 될 대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게 놀랍고 신기했었던 기억이고, 그의 책은(영어의 바다에 빠뜨려라.. 등) 무척 인기를 끌었던 것 같다. 다시 한번 그의 책들을 죽 읽어보았다. 일단 그는 미국 유학을 가기 전 이미 영어를 잘했었다. 고졸 학력이었지만 이미 한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고 영어를 사용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던 모양이다. 그는 무척 '주도적'으로 공부를 했었다. 수동적이 아닌 주도적인 공부....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라 본인이 강한 흥미를 느끼고 재미있어서 하는 공부가 중요하다는 것을 배운다. 우리는 흔히 영어를 공부할 때 '나' 중심이..

일상일기 2023.01.21

범죄 원인 파악에 대한 단상(1)

살인사건이 일어나면 경찰은 범죄를 조사하며 원인 파악에 나선다. 현재, 원인 파악은 두 가지 이유에서 필요하다. 하나는 범죄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따라 적용하는 죄목이 달라지기 때문이며 다른 하나는 향후 범죄를 줄일 수 있는 적절한 대책을 세우는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후자의 목적이라면 원인 파악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전자의 경우라면 사정은 좀 다르다. 살인죄를 규정하고 있는 우리나라 형법 제250조에 의하면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한다. 과실치사죄를 규정하고 제267조를 보면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한다. 살인죄가 형벌이 더 무거운 이유는 일부러(고의로) 사람을 죽인 것이기 때문에..

일상일기 2023.01.18

김용덕, 안도 타다오, 박문호

작년 연말을 기준으로 계속 생각하는, 생각나는 사람이다. 테라로사 서귀포점에서 커피를 마시며 김용덕의 삶을 생각했고, 본태박물관에 갔을 때 안도 타다오를 떠올렸다. 제주 여행에서 돌아와 뇌과학 책을 읽으며 박문호 박사를 돌아보았다. 테라로사 사장인 김용덕은 커피뿐만이 아니라 테라로사 건물들을 직접 설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잠깐 학교에서 건축 공부를 했다고는 하지만) 일본의 유명한 건축가인 안도 타다오 또한 학교에서 건축 공부를 한 사람이 아니다. 뇌과학자로 유명한 박문호의 전공은 전자공학이다. (물론 전자공학과 뇌과학은 관련이 있지만 아무튼 그가 신경과학을 전공한 사람은 아니라는 말이다.) 독학으로 어떤 분야를 공부하고 성과를 내는 이 사람들을 생각하며, 나는 새삼스레 학교 교육, 구체적으로 대학 교육..

일상일기 2023.01.18

[당신은 당근을 싫어하는군요 저는 김치를 싫어합니다, 임정만 / 소심한책방]

이번 제주도 여행 갔을 때 숙소에서 발견한 책이다. 그때는 그냥 휙휙 넘겼지만 시간의 제약으로 다 읽지를 못했다. 집 근처 도서관에서 다시 빌려 읽었다. 저자는 서울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다가 2013년 제주도로 내려가 레스토랑을 오픈하여 지금까지 자영업자로 살고 있다. 20대 이후 살며, 생활하며, 여행을 하며, 제주도에서 요리를 하며 느꼈던 부분을 특유의 정서와 필체에 담아 책으로 냈다. 재미있었다. 진짜로. 유머가 있고 그 유머가 재미있게 다가왔다. 대략 10번 정도 ㅋㅋ 하며 웃을 수 있는 지점이 있었다. 요리하는 분이지만 삶 전반에 대한 내공이 느껴졌다. 다양한 분야의 독서가 그 바탕이 되었겠지만 본인의 고민, 지향하는 바가 건실하다는 것이 전달되었다. 맛있는 한끼의 정찬을 대접받은 느낌이다.

독서일기 2023.01.09

[하얼빈, 김훈 / 문학동네]

김훈의 책은 나오면 찾게 된다. 문체의 수려함도 좋지만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소설을 다 읽을 수는 없는 상황에서 그래도 소설을 종종 읽는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행위이다. 책의 내용은 복잡하지 않고 간단하며 분량도 많지 않았다. 대충 훑어본 김훈의 인터뷰를 보니 집필기간도 길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서일까. 기존에 알고 있었던 안중근에 대한 정보를 좀 더 확인하게 만드는 역할에 그친다. 소설이라는 것이 결국 이야기이고 이야기를 통해 어떠한 그림을 독자들에게 전달하지만 그 그림에 탄복하기보다 소설이 전달하는 정보들에 대한 흥미에 머무르는 나를 발견한다. 그래서 좀 아쉬운 소설이라고 감히 평가해 본다.

독서일기 2023.01.09

[될 일은 된다, 마이클 싱어 / 정신세계사]

우연히 발견한 책인데 책의 내용이 흥미로워서 단숨에 읽었다. 원제는 'The Surrender Experiment'인데 번역은 '될 일은 된다'이다. 너무 비약이 심한 게 아닐까? 이런 내용이다. 삶이 있는데 삶은 우리 개개인 자신보다 더 뛰어나다. (온 우주를 관장하고 등등) 그러니 선택의 길목에서 자기의 좋아함과 싫어함에 기초하여 좋아함을 좇아서 살기 보다 삶이 내미는 손길에 순종하여 승복하며 사는 게 더 나은 삶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자신이 그렇게 살아왔고 자신이 생각지도 못하게 놀라운 일이 자기의 삶에 펼쳐졌음을 저자는 고백하고 있다. 더 뛰어난 지성이 있다면 그리고 그 지성이 나에게 좋은 것을 준비하고 있는 게 맞다면, 당연히 나의 순간적인 판단보다 그 뛰어난 지성을 따르는 게 더 합리적..

독서일기 2023.01.04

[13월의 에티오피아, 김대원 / 꽃씨]

예전 평화원에서 봉사활동을 할 때 알게 된 과장님이 출간하신 책이어서 읽어보았다. 예전부터 아프리카에 대한 사랑과 열망이 있으셨는데 기어이 코이카를 통해 장기 봉사활동을 다녀오시고 책을 내셨다. 에티오피아에서 겪은 일상의 에피소드들을 소소하게 풀어나간 책이다. 에피소드 내용이 조금씩 겹치는 부분이 있는데 예를들어 전반부의 어디에는 완료된 내용처럼 기술된 내용이 후반부의 어디에는 아직 논의되고 있는 것처럼 기술되어 조금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아무리 독립적인 에피소드들이라 하더라도 독자들은 먼저 발생한 일부터 나중에 발생한 일의 순서대로 책의 내용이 전개(편집)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독서일기 2023.01.04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이슬아 / 문학동네]

이슬아라는 사람이 글과 그림을 그린 책이다. 문학동네에서 책을 출간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재미있었다. 그림도 재미있고, 내용도 재미있고, 글감도 좋았다. 글쓰기 실력도 좋았다. 내용이나 글감이 좋다는 말은 예를 들어 작가의 누드모델 경험이나 작가의 어머니가 대변을 볼 때마다 눈물을 흘린다는 부분에서 드러나고 글쓰기가 좋다는 말은 책을 읽었을 때 수려하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그렇다. 좋은 작가가 되거나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필요한데 그러한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장착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독서일기 2023.01.04